【STV 김충현 기자】“사돈집 제사 지내는 법도 다르다.”
흔히 장례문화가 다르다는 표현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장례문화는 지역마다 또 집집마다 달라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측면이 포착돼 흥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장례업계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의 장례문화는 조금씩 다르다.
수도권에서는 ‘상조는 필수’라는 시각이 강하다. 장례 행사가 발생하면 장례식장에서 “가입한 상조가 있으시냐”고 먼저 물어본다. 유족들이 확인하면 십중팔구 누군가는 상조에 가입되어있다. 결국 상조(회사)가 주도하는 장례식이 치러진다.
그런데 부산과 경남지역은 유달리 수도권과 구별되는 문화가 있다. 상조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자체적으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입관식은 장례식 둘째날 하지만, 부산·경남지역은 입관식을 첫째날 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입관식을 첫째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손님(시신)을 상조에게 뺏길까봐 선수를 치는 것이다.
이에 부산·경남지역에서 입관식을 둘째날 하고 싶다면 유족들이 특별히 요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상(喪)을 당해 경황이 없는 유족들은 장례식장이 요구하는 대로 입관식을 첫째날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또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에서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집이 많았다. 장례지도사들은 길거리에 방향표시등처럼 등을 달았고, 이를 따라가면 장례를 치르는 상가에 도착할 수 있게 했다. 이 또한 부산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장례문화에서 보수적인 곳으로 유명한 동네는 경북 안동지역이다. 여전히 ‘양반동네’라는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경남지역은 입관식 날짜부터 해서 독특한 장례풍습이 많이 남아있다.
한 장례지도사는 “상조문화가 일본에서 부산으로 들어와 전국으로 퍼지지 않았나”라면서 “그때부터 부산의 독특한 장례문화가 정착한 듯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