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7일 북한과 미국 측이 대화의 조건을 모두 고수하면 북미대화 성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대화의 조건 관련 "조건을 100% 강조하면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만남의 불발도 있었다. 그러나 대화의 조건을 서로간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이 방남 기간 북미대화에 뜻이 있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화를 위한 대화'인 예비 대화까지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이미 선언한 가운데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테이블에만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대화의 결과는 비핵화여야 한다"고 북미대화의 조건을 분명하게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접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북미 양쪽에 주문한 것도 북미간 인식의 차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기적으로는 다음달 평창동계패럴림픽이 끝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기 전에 전진적인 논의가 이뤄질 지가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후속조치를 논의할 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장 대북 특사를 보낼만큼 남북관계 신뢰가 구축됐느냐'는 물음에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다고 봐야한다"면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다녀가는 등 남북 대화 채널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특사 류옌둥(劉延東)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최근 북한이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다. 미국은 대화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가 중요하다"고 북미대화 성사를 위한 태도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발언 관련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only under the right conditions)"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