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엠바밍은 한국 장례문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절차이다. 보통 한국인들은 미국 드라마·영화를 통해 엠바밍 된 시신을 접하곤 한다. 엠바밍(embalming)이란 시신을 보존하기 위한 위생 처리 작업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장례식에 뷰잉(view) 문화가 있어 고인을 엠바밍하고 보존된 시신을 조문한다. 고인이 떠나기 전 예를 표하는 작업이다. 한국은 시신에 변형을 가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어 엠바밍이 낯설다. 하지만 나라가 성장해 외국인들이 모여들자 엠바밍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나 이천 참사 등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면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사망자도 종종 나온다. 이들은 한국에 관광이나 일을 하러 왔다가 참변을 당한 사례이다. 비명횡사한 터라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
이들의 시신을 아무런 조치 없이 본국에 송환하면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류는커녕 한국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정성스러운 ‘엠바밍’이다. 잘 보존된 시신을 송환할 경우 유족들의 슬픔은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다. 엠바밍의 정의는 ‘시신방부 및 복원처리’이다.
현재 엠바밍은 합법도 불법도 아닌 그 경계에 있다. 엠바밍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지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관련법이 없어서다.
한 장례업계 전문가는 “엠바밍을 법제화 해야만 사람들이 좀 더 엠바밍에 관심을 가지고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엠바밍의 순서는 이렇다. 시신을 깨끗하게 닦은 후 소독약으로 전신을 소독하고 눈과 입을 닫는다. 다음으로 ‘엠바밍 플루이드’라는 방부 약품을 겨드랑이나 허벅지 안쪽의 동맥에 주입한다. 동시에 정맥에서 피를 빼낸다. 약품 주입이 끝난 다음 고인이 생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도록 ‘시신 메이크업’을 통해 화장을 하고 머리 손질을 해 ‘시신 복원’을 마무리 한다.
언뜻 간단해보이지만 디테일하게 파고 들면 신경 쓸 부분이 수없이 많다. 엠바밍을 했는데도 시신 특정 신체부위 색깔이 변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를 최대한 빨리 알아챈 다음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 정밀한 관찰력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부검했던 시신의 경우 대충 꿰매져 있는 실을 모두 풀고 다시 꼼꼼하게 꿰매야 한다. 유족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고도의 기술과 의학·과학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도 갖춰야 하니 허튼 마음으로는 배우기 어렵다.
국내에서 어설프게 엠바밍을 해 해외로 송환되는 시신의 경우 대사관으로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같은 경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저질 국가’로 낙인찍힐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한 엠바밍 전문가는 “무엇보다 엠바밍 전문가 교육이 절실하다”면서 “후진 양성이 이뤄져야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한국 엠바밍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