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란희 기자】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9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스페인 화가 기욤 티오(Guim Tió, b.1987)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 <Este sol de la infancia-어린 시절의 태양>을 개최한다.
뛰어난 색감과 독보적인 감성으로 그만의 독특한 풍경화를 구축해 온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기욤 티오는 2019년 아트사이드 갤러리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현재 그는 스페인과 한국은 물론 대만, 중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지의 자연으로의 몰입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산과 들판, 바다, 눈밭을 그에 비해 너무나 작은 인물들이 마주한다. 자연에 덮인 차분하지만 과감한 색의 사용은 이 공간이 단순히 실존하는 공간을 묘사한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화가는 자신 앞에서 보이는것 만을 단순히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 안에서 보이는 것 또한 그려야 한다”며 예술가의 책무를 설명했던 19세기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의 언급처럼, 작품을 보는 관람자들은 작품 속 인물들과 나란하게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비롯된 ‘미지의 자연’으로 몰입하게 된다. 이처럼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자연의 통념을 거스르는 과감한 색면의 사용은 스페인 작가 기욤 티오의 고유한 정체성이다.
적당한 유머와 아이러니를 담아 풀어내는 ‘인간 조건’
기욤 티오는 오래전부터 적당한 유머와 아이러니를 담아 ‘인간 조건’을 회화로 풀어내는 데에 집중해 왔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기욤은 이에 대한 답으로 작품 인물들의 구체적인 행위를 제시한다. 자연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가 하면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렸으나 다른 길을 돌아보기도 한다. 자연을 그대로 목격하며 경탄하는가 하면 고개를 숙여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기도 한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집과 그 안에서 마스크 팩을 하고 깊은 잠에 빠진 인물,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에서 유영하고 있는 인물들도 보이는데,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러한 특정 행위들은 모두 마치 영화의 스틸 컷처럼, 모든 것이 정지된 순간의 고요함으로 작품을 가득 채우며 명상적인 시간을 제공한다. 작가는 이처럼 그의 사적인 기억과 과거의 경험을 소재로 작업한다. 실견한 자연에 덧입혀진 그만의 독보적인 감성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어내며 언젠가의 경험을 기억해 보며 잊고 있던 무언가의 본질을 탐험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푸른 날들과 어린 시절의 태양’
이번 전시 제목인 ‘Este sol de la infancia-어린 시절의 태양’은 의미심장하다. 이 제목은 20세기 스페인 현대시의 선구자중 한 명인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Antonio Machado, 1875-1939)의 시 ‘푸른 날들과 어린 시절의 태양(Estos dias azules y este sol de la infancia)’을 인용한 것인데, 이는 마차도의 어린 시절과 대비되는 망명 생활의 현재를 함께 보여주는 시이다. 여기에는 겨울이라는 계절과 패배감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저항과 따뜻함에 대한 희구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 작품<Samalyuca>에는 작은 인물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황량한 사막을 혼자 걸어가지만 분홍빛이 어려 있는 하늘은 마치 저 고개를 넘어가면 또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과 저항, 희구라는 전시 제목에 담긴 의미가 함축적으로 제시하듯이, 기욤 티오의 이번 전시는 이전보다 풍부한 색감, 감성을 담아 관람객에게 저마다의 기억을 반추해볼 경험을 제공한다. 기욤 티오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고, 그가 해석한 자연의 풍경 속에서 한껏 유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