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란희 기자】최근 전기차 화재가 크게 늘고 있지만 기존 장비들로는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적인 진화장비 개발과 제도적 보완 없이는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와 같은 대규모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립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 이후 2018년 2건, 2019년 3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이 별도로 집계한 지난해 72건까지 고려하면 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증가에 따른 화재 건수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소방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팩 일부에서 일어나는 ‘열폭주’ 현상이 배터리 전체로 전이되는 시간은 충전 상태에 따라 다르다.
열폭주는 배터리가 과열한 후 주변 배터리로 열을 옮겨 급속히 연쇄 폭발하는 현상이며 온도가 1천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충전율이 50%일 경우 바깥쪽 배터리에서 일어난 열폭주가 전체로 번지는 데 32분이 걸렸지만 100% 충전된 배터리에서는 7분 50초가 걸렸다.
완전히 충전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날 경우 초기 진화가 더 어려운 것이다.
충돌 사고로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도 배터리 충전율에 따라 열폭주가 옮겨지는 시간이 다르다.
실험 결과 차량이 줄지어 늘어선 주차장에 전기차 한 대에 불이 나 열폭주가 발생한 다음 바로 옆 차량까지 옮겨지는 데 1분 15초, 다시 옆 차량으로 불이 옮겨 붙는 데 추가로 45초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에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당시에도 다른 차량 140여대가 한꺼번에 불타고 그을리는 등 피해가 컸다.
전기차에 화재가 났을 때 진화 작업도 어렵다. 현재 사용 중인 소방 장비로는 신속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반 화재 때 쓰는 분말소화기는 전기차 아랫부분에 설치된 배터리까지 침투하지 않아 냉각 효과가 거의 없다.
소방 당국은 불이 난 전기차 하부에 관창을 먼저 설치하고 소화수를 쏴 불길을 잡은 후 소화수조를 이용해 완전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