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3일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대해 “정치적으로 매장이 될 게 예정돼 있는 수순”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 대표는 불과 지난 5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앞서 이 대표의 등장은 신선했다.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통해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상징을 거머쥐었다.
이 대표는 ‘세대 포위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던 정치지형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새로 입당해 곧장 대주주에 등극하려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내 파워게임에 돌입했고, 대선 전후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관계는 삐걱댔다.
윤 대통령과 친윤(석열)계는 눈엣가시인 이 대표를 찍어냈고, 이 대표는 징계로 인해 대표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가처분 신청을 통해 당을 구렁텅이에 빠뜨렸다.
결국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으로 유래없는 혼란을 초래하며 ‘먹던 우물에 독을 푼다’는 비난을 받았다. 어차피 윤 대통령이 장악한 당에서 이 대표를 위한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었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벌이는 자중지란에 중도층은 사라졌고, 보수층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는 점이다.
총선을 넉달 앞둔 2023년말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했다. 윤 대통령에게 찍힌 이상 공천 받기가 어렵다고 여기고 감행한 모험이었다.
그는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4수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마침내 국회 입성을 앞둔 이 대표는 자신이 라이벌이라 여기는 윤 대통령을 연일 공격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많이 억울했을 것 같다. ‘나는 대선 승리의 공신인데 왜 이런 푸대접을 받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조용히 견디다가, 대선 승리 후 홀연히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공부하고 오겠다”면서 해외로 나갔다면 어땠을까.
윤 대통령의 독단적 리더십으로 국민의힘을 필연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이 대표는 구원투수처럼 부름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휘한 사람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이 대표가 아니었을까.
이 대표는 이제 3석으로 국회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힘과 척을 지고 있어 여당보다는 야당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런데 22대 국회를 책임질 야당들의 정체성은 보수를 표방하는 개혁신당과는 거리가 멀다.
이래저래 친정을 등지고 나온 이 대표로서는 고난의 행군이다. 이제라도 국민의힘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공생 관계를 구축하면 어떨까. 윤 대통령과 통 크게 화해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