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욱, 한강라이프 자금 빼돌린 혐의로 고발조치 당해 지명수배 中
“순복음재단서 투자받는다” 약속해놓고 유병욱 소유 회사서 ‘가수금’ 투자
나상섭, 퇴직 이후에도 법인카드 사용…직원 항의에 “무보수로 일해”
매각 후에도 주식은 류준근 전 대표 소유?…전·현 대표 모두 “나는 몰라”
순복음라이프 관계자 “가장 큰 피해자는 마지막 여행이라며 계약한 참전용사들”
순복음라이프(구 효경라이프)는 지난 8일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이 취소됐다. 이에 앞서 상조보증공제조합은 지난달 ‘담보금 미납, 해약환급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순복음라이프와의 공제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이번 순복음라이프 폐업에는 한강라이프 사태에 연루됐던 이들이 재등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2월 18일, 효경라이프(주)는 순복음라이프(주)로 회사명을 변경한다. 같은 날 대표자도 류준근 대표에서 박병규 대표로 교체된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실질적인 경영은 유병욱ㆍ나상섭 씨(각각 회장과 전무 직함으로 활동)가 주도했다. 상조업계에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유병욱 회장과 나상섭 전무는 앞서 한강라이프 사태에 등장했던 이름이다.
유 회장과 나 전무는 순복음라이프 인수 후 본사 부산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본인들은 ‘크루즈여행 전문가’라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재단에서 투자를 받기로 했다”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1월 2일 순복음라이프 호남 사무실(광주 위치)에 방문해 류준근 전 대표의 비위사실을 주장하며, 또다시 “순복음교회와 재단에서 투자금이 들어온다”면서 “두 달만 기다려달라”라고 했다. 투자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아니라 ‘순복음장터몰’이라는 곳에서 ‘가수금’ 형태로 2억 원을 받았다. 가수금이란 언제든지 회수될 수 있는 형태의 자금을 뜻하며, 순복음장터몰의 대표이사는 ‘유병욱 회장’이다. 순복음장터몰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류 전 대표는 과거 부당하게 회사자금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횡령ㆍ배임죄로 고발을 당했다.
지난 2월1일부터 3월14일자까지 해약금 2억 원 가량이 미지급됐고, 법인세 등 세금도 연체됐다. 나 전무는 “3월 20일자로 회사를 폐업한다”는 공지를 순복음라이프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
이 과정에서 순복음라이프에 대한 해약금 미지급 민원이 빗발쳤다. 이에 순복음라이프의 공제계약사인 상조보증공제조합이 공제료 인상과 해약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순복음라이프는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공제계약이 해지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유병욱 회장은 상보공 측에 ‘순복음장터몰’을 담보로 제공하고 공제계약 해지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상보공 측은 거절했다. 공제계약이 취소되자 부산시청에서 순복음라이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시청은 지난 8일자로 순복음라이프를 등록취소 했다.
회사는 휘청이고 해약환급금을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는 와중에 직원들은 유 회장에게 연락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나 전무는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썼다. 나 전무는 지난 2월 순복음라이프에서 돌연 퇴직했다. 그러나 그는 퇴사 후인 지난 3월에도 법인카드를 썼다. 직원들이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항의하자 “나는 무보수로 일한다”는 말만 했다.
앞서 류 전 대표는 유 회장·나 전무 측과 회사 매각협상을 하면서 공제계약사인 상보공으로부터 경고 발언을 들었다. 상보공 관계자가 “(유 회장과 나 전무가) 한강에서 전적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귀띔한 것이다. 류 전 대표는 이를 무시했다. 류 전 대표는 이들과 매각 협상을 벌이기 전 다른 업체와 이미 회사 매각협상을 완료한 상태였지만 돌연 방향을 바꿔 유 회장과 나 전무 측 박병규 대표에게 회사를 매각했다. 순복음라이프 박병규 대표는 영산신학원 출신 목사다. 영산신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표는 회장단을 지낸 경력이 있으며, 현재 영산신학원 총무로 활동 중이다.
회사 매각 후 석연찮은 거래가 이뤄졌다. 순복음라이프가 2018년에 9억7천만 원에 구입한 제주도 토지 3곳을 지난 1월 18일 불과 2억 원에 매각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토지 공동구매자 3인 중 2인의 거주지는 류 전 대표의 고향인 경북 ㅇㅇ읍이었다.
회사 직원들이 “회사 땅을 누구에게 팔았느냐, 왜 이리 싸게 넘겼느냐”라고 항의해도 유 회장과 나 전무는 이에 대해 침묵했다.
유 회장과 나 전무, 박 대표는 지난 3월 21일 부산 본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회사의 자산 처리 권한을 부산 사무소 직원이 갖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더 이상 회사 자산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서 유 회장은 직원들과 다툼을 벌였고, 직원들이 유 회장을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유 회장이 지명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유 회장을 연행했다. 유 회장은 한강라이프 사태로 한상공에서 고발당할 당시부터 이미 지명수배 상태였다.
이날 법인 인감은 박 대표가, 법인통장은 나 전무가 챙겨갔다. 이는 각서 작성과 별개로 회사 자산이 빠져나가도 막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얼마 후 나 전무와 박 대표는 순복음라이프 직원들을 다시 만나 ‘회사자금을 회사를 위한 용도(해약금 처리 등) 외의 목적으로 처리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라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했다. 이들이 농협카드에 걸려있던 보증금 수천만 원을 빼서 쓰자 더 이상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처였다. 이들은 회사의 제주도 토지 매각자금도 가수금 형태로 바꿔놓으려 했으나 직원들이 이를 회사 자금으로 돌려놓으면서 빠져나가는 걸 막았다.
순복음라이프 관계자는 “가장 큰 피해자는 회원들”라면서 “‘마지막 여행이다’라고 생각하고 크루즈 여행에 가입한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많은데 이들의 피해는 어쩌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8~9일에 걸쳐 순복음라이프에 대한 해약환급금 미지급 관련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 김동명 과장은 “조사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처리 방향은 (기자의) 예측 방향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한강라이프 해약환급금 미지급 사태에 대해 운영진을 고발하고, 해약환급금 지급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순복음라이프의 등록취소 처분을 내린 부산시청 관계자는 “폐업 처분 전 열린 청문회에 박병규 대표가 출석하지 않았다”면서 순복음라이프의 특이사항에 대해 “대표 바뀐 지 얼마 안 돼서 갑자기 운영상태가 나빠졌다”라고 했다.
순복음라이프의 대표는 박병규 대표이지만, 회계상 회사 주식은 여전히 류준근 전 대표가 소유 중이다. 류준근 전 순복음라이프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식을 다 넘겨줬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땅 관련 의혹 등을 질문하자 류 전 대표는 “상황이 정리되면 연락하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박병규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저는 상조에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이분(유병욱·나상섭)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상조업체를) 인수한다 해서 함께 했다”면서 회사 주식 관련해서는 “어느 날 류 (전)대표가 전화 와서 왜 주식을 등록 안 했냐고 하기에 ‘나는 잘 모른다’ 했더니 ‘제가 넘겨줬는데 왜 등록 안 했어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가격에 거래된 제주도 땅에 대해서는 “그건 기획부동산에서 샀는데 넓은 땅 중의 일부라 실제 가격은 2억 원도 되지 않는다고 (유병욱·나상섭에게) 들었다”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한 유 회장은 현재 구치소에 수감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이 지명수배 관련 사항을 모두 확인하기 전까지 풀려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 전무는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