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집권 2년차도 맞이하지 않은 여당이 개헌 저지선을 턱걸이하는 의석으로 참패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유권자들은 야당의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논란과 막말·부동산 파문에도 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윤석열 정권은 이제 집권 5년 내내 ‘여소야대’ 정국을 맞이하게 됐다. 그간 추진해온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게 됐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주효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리더십 때문이다. 고비 때마다 실책을 범하며 오히려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은 사태가 불거진 초반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조기 진화가 가능한 일이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또한 총선 이후 특검을 약속했다면, 정치공세의 강도를 낮출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이준석 전 대표를 당에서 쫓아내느라 정치력을 허비했다. 전당대회에 나서려는 나경원 전 의원에게 수모를 안기고, 안철수 의원을 ‘국정의 적’으로 몰면서 지지기반을 스스로 좁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p(포인트) 차이의 패배를 당하고도 대통령실이 낙점한 여당 대표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 같은 오만함이 ‘정권 심판론’의 준엄한 결과로 돌아왔다.
총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여당에 구원등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은 없을까.
한 위원장은 “여의도문법에서 벗어나겠다”라고 약속해놓고도 총선 기간 내내 ‘야당심판’만을 외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 범죄자들의 국회 입성을 막아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물론 그들의 국회 입성을 반기지 않을 국민들도 많았을 터였다. 하지만 투표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제1당이 되면 이런 일을 하겠다’면서 미래 이슈를 점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이조심판’을 주장했다. 국민들은 흙탕물 총선에 염증을 느끼고, 정부여당을 심판했다.
이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어떤 식으로든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