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장례지침 변경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양측의 찬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장례지침 변경 협의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관리청(청장 정은경)은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한국장례협회·일선 장례지도사 등 관계자들과 코로나19 사망자 장례지침 변경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망자의 존엄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라 하더라도 현 장례지침대로 ‘선(先) 화장, 후(後) 장례’를 치를 것이 아니라, 일반 사망자처럼 먼저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고 화장을 하는 방향으로 장례지침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질병청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장례협회 박일도 회장은 “존엄을 보호하는 건 좋다. 장례 사업자들은 원래 사자(死者)의 존엄을 지키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 회장은 “하지만 산 사람의 생존권은 어떻게 하느냐”면서 “방호복을 입고 입관식을 하라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정부 측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 안치시 영업손실이 날 경우 보상해주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영업손실을 100% 보상해주지 못하고, 자영업자 손실보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립의료원에서는 평상시 매달 120건의 장례를 치렀으나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코로나19 사망자를 받았다가 장례건수가 20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이 민간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보상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 이슈다.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입관식을 진행했다가 장례지도사나 유족, 혹은 조문객이 감염될 경우 그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들도 현장에서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한 코로나19 사망자 유족은 “고인으로 인해 괜히 다른 사람이 피해 입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 유족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니냐”고 인정했다.
이미 장례지침 변경을 위한 회의를 세 차례나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존엄을 지켜줘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과 ‘현실을 보라’는 장례업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사망 지침 변경은 한동안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