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즌이다. 임기가 11월 23일까지인 KBS사장은 현 양승동 사장이 연임을 확정하였고 이제는 EBS이다. 사장 선임 시기가 다가오면서 해묵은 숙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장을 어떻게 뽑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명박과 박근혜 등 2명의 전직 대통령 시절만 돌아봐도 정치권의 공영방송에 대한 인식은 ‘정권의 전리품’ 수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언제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 내용을 생산해낼 수 있는 ‘말 잘 듣는 심부름꾼’을 수장 자리에 앉혀놓아야 안심해 온 것이 역대 정권의 생리다. 그러나 EBS 사장은 달라야 할 것이다. 굳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리품 나눠먹기’식은 곤란할 것이다
이번 공모에 전체 11명 중 EBS 출신 인사 6명이 지원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EBS 재직자로는 (가나다순) 김석태 전 기술본부장, 노건 전 사업본부장, 류현위 전 편성센터장, 박치형 전 방송제작본부장이 있고 퇴직자로는 이상범 한국영상대 교수, 정연도 전 기술관리국장이 있다. 외부 방송사 출신으로는 김영호 부산영어방송 본부장, 양기엽 전 CBS 정치부장, 장해랑 현 EBS 사장, 정훈 한국디엠비 방송고문, 최진용 전 제주MBC 사장 등 5명이 지원했다.
유에이치디(UHD) 송신 설비와 관련해 방통위와의 밀실 합의 의혹으로 사내에서 퇴진 요구를 받은 장해랑 현 사장이 다시 도전장을 던져 관심이 쏠린다. 전직원의 86%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으며 부장단 20여명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한 바 있다. 직능협회단 퇴진 성명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어 내부에서 신뢰를 크게 잃은 바 있다.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장사장의 경영능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의문이다.
지원자 대부분의 직무계획서는 대동소이하다. 국민의 평생교육 기여, 시청자권익 증진 및 무상 서비스 확대, 내부혁신 등에 초점을 맞췄으며 통일을 대비해 교육방송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디딤돌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석태 전 기술본부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융복합 미디어 기반 콘텐츠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노건 전 사업본부장은 평생교육센터 신설과 교육기부를 강조하고 있으며 류현위 전 사업본부장은 7대 혁신을 통해 새로운 EBS를 창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중 박치형 전 방송제작본부장은 정책본부장 경륜을 활용하여 ‘EBS 멤버십’을 전면에 내걸고 연 3만 원의 회비를 내고 EBS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을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경영난을 돌파 하겠다' 며 지원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기부금 및 후원제도를 도입하고 EBS의 투명성 강화는 물론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에 최우선 경영 대책으로 제시했다. EBS 애청자 중 한 사람은 '박치형 지원자가 제안한 EBS 멤버쉽 프로그램에 대하여 무엇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국민다수의 관심과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도록 참여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국민후원제도와 멤버쉽 제도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사업적 제안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PBS처럼 국민을 위한 고급교양채널로서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 급급한 타 방송과는 다른 품격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는 방송사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또한 한류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오늘날 교육방송콘텐츠의 세계화 또한 매우 중요한 사업적 영역이다.
이렇게 해외를 향한 후보자의 의견 또한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든 이제는 한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는 방송사의 대표라면 전문성을 가진 내부에서 반드시 선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낙하산 대표가 경영을 해선 안될 것이다. EBS의 A부장은 박치형 전 본부장이 EBS 내부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으며 EBS의 산적한 현안 문제들 또한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어서 가장 적합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도덕성과 공적 책무를 충실히 이해하고, 교육방송의 미래 발전 및 시청자 권익 증진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EBS의 새로운 리더로 선임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