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 깊은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한 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독일에서 별세했다. 향년 54세.
연합뉴스에 따르면 출판사 난다 김민정 대표는 4일 “어제저녁 시인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택에서 밤새 병세가 악화해 다음 날 아침(현지 시간)에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장례는 현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른다고 한다”고 밝혔다.
허수경 시인은 1964년생으로, 고독과 쓸쓸함이 짙게 배인 정서의 시를 써왔다. 특히 1992년 독일로 이주한 이후 ‘이방인’의 감성을 담은 시들은 독자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지난 3일 독일에서 향년 54세로 별세한 허수경 시인 생전 모습
허수경 시인의 장례는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수목장은 국내에서도 최근 인기가 치솟는 친환경 장례방식이다.
수목장은 1999년 1월, 국토가 좁아 효율적인 사용을 고민하던 스위스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모토와 맞아 떨어지는 수목장 컨셉은 유럽 각국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스위스의 이웃나라 독일은 2000년 9월 수목장연합회를 창립하고, 이듬해 헤센주 정부가 수목장을 시작했다. 독일은 스위스보다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답게 수목장림도 규모가 크다. 총 10여 개의 숲을 수목장림으로 지정하고 운영중이다.
국내에서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수목장 이후 수목장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구 전 회장은 생전 소탈한 인성으로 주위를 감동시켰고, 그의 유지를 받들어 유가족은 수목장을 결정했다. 구 전 회장의 유골은 곤지암 인근 수목장림에 뿌려졌다.
봉안당 방식에서 수목장으로 장법이 변화하면 수목장림 조성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도 수목장림 조성 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수목장림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