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구 구조가 급격히 고령화 되면서 메가데스(Mega-Death) 사회도 머지 않아 직면하게 됐다.
메가데스는 원래 원자폭탄 등 수백만 명이 집단 사망할 때를 이르는 말이지만, 최근 고령층 증가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을 지칭하는 사회학적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보다 20~30년 사회적 변화가 빠른 일본은 이미 메가데스 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26%가 넘는 초고령 사회인 일본은 다사(多死) 사회이다.
다사 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장례형태도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초고가 장례와 아예 장례가 없는 경우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고인의 생활수준과 더불어 자녀들의 생활수준, 사회적 지위가 높을 경우 사회적 위신을 고려해 고가 장례가 치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노인부부가 단독세대로 생활하다가 어느 한쪽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 장례를 제대로 치르기가 쉽지 않다. 장례를 치러야 하는 고인의 유족 또한 노령이라 며칠 간의 장례행사를 치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에서는 무연(無緣)사회라는 말이 유행할만큼 1인가구 비율이 높다. 연고가 없는 1인가구 구성원이 사망할 경우 딱히 장례를 치르기가 힘든 상황에 놓인다.
이때문에 일본에는 최근 소박한 장례를 넘어 아예 장례식이 없고, 바로 화장을 하는 직장(直葬)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다사 사회로 접어들면서 장례건수는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장례수익은 턱없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핵가족화가 계속 되고,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장례식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확연히 바뀌고 있다.
전에는 엄격히 3일장을 지켜 3일 내내 유족들이 빈소를 지켰다면 이제는 자정을 넘어 조문하는 조문객은 '예의가 없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장례문화가 바뀌었다.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 간소화된 장례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법(葬法)의 변화도 뚜렷하다. 화장률이 80%를 웃돌면서 화장이 대세로 정착했고, 이제는 봉안에서 자연장으로 장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봉안당에 봉안을 하는 게 아니라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등 자연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장법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2015년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장례 방식은 '화장 후 자연장(수목장, 잔디장 등)'이 4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화장 후 봉안이 39.8%, 매장 12.6%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10명 중 9명에 가까운 인원이 화장을 원하는 셈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연장을 원하는데도 시설은 크게 부족하다는 데 있다. 자연장 뿐만 아니라 화장장도 턱없이 부족하다.
화장장이 여전히 혐오시설로 인식돼 설치하려고 해도 주민의 반발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최근 경북 김천시에서는 2년여 동안의 소통 끝에 화장장 건립에 시와 주민들이 합의했다.
이처럼 지자체와 주민들이 소통하면서 화장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하루 빨리 전국 곳곳에 화장장을 건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해당지역에 화장장이 없어 먼 곳까지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원정 화장을 가는 비극을 없앨 수 있다.
자연장지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늘어나는 사망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루 빨리 충분한 수의 화장장과 자연장지를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