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추모공원 휴 서지석 대표 “‘휴’의 일원이라는 자부심”

2024.09.19 15:55:47

애도·법률 무료상담이 ‘휴’의 큰 강점

분당추모공원 ‘휴’는 연예인 무료 유치가 없어…그래도 전국 안치율 1위

재단법인 운영 주체, 용도변경 안 되니 유족에 유리

풍광·풍수 좋은데 봉안당 ‘본향전’, 세계적인 디자인상까지 수상

‘무료·5회’ 유가족 애도 상담…마음 속 급한 불 끄는 데 주효

분당추모공원 ‘휴’는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서 수시로 등장한다. ‘휴’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재단법인 추모공원인데다 풍광이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휴'는 실내 봉안당 1관 8,472기, 봉안당 2관(본향전) 11,898기, 야외 봉안담 8,181기, 준 실내 봉안담(크리스탈담) 8,263기, 자연장지 5,090기를 갖춘 추모공원이다. 본지는 분당추모공원 ‘휴’가 문을 2009년 첫 날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서지석 대표를 만나 ‘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주>

-한 해 중 분당추모공원 휴가 가장 바쁜 시기가 언제인가? 명절을 전후해서 가장 바쁠 것 같다.(이하 상조장례뉴스)

추석 때가 일년 중 가장 바쁘다. 설보다 추석이 항상 (방문객이) 많다. 분당추모공원 휴(이하 ‘휴’)는 2009년 7월 11일에 오픈했다. 만 15년 동안 1만6천 명 정도 고인을 모셨다. 고인 한 명에 평균 3명이 방문한다. 그럼 5만 명이 다녀가는 셈이다.(이하 분당추모공원 휴 서지석 대표)

-분당추모공원 휴만의 강점은.

‘휴’가 아닌 다른 시설들은 연예인이 사망시 신문, 방송 등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무료로 유치한다. ‘휴’는 무료 유치가 없다. 그래도 전국 안치율 1위다. 대신 국가유공자들은 호국원·현충원에 들어가기 전 심사기간 3개월동안 갈 데가 없는데 이런 분들의 임시안치는 무료로 해드린다. 전에 우리나라가 암울했던 시기에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코미디언 배삼룡 선생님을 안치한 적 있다. 그분도 병원비가 억대로 밀리는 등 사정이 좋지 않았다. ‘휴’에는 연예인이 의외로 많지 않고, 가수 현철님도 비용을 내고 들어오셨다.

-분당추모공원 ‘휴’의 또 다른 강점은.

‘휴’의 운영주체가 재단법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운영주체는 재단법인, 법인, 종교단체로 나뉜다. 재단법인은 대출을 했다가 이자를 못내고 경매·공매 돼도 용도변경이 안 되고, 이사장이 바뀔 뿐이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용도변경이 안 되는 재단법인이 좋다. 하지만 재단법인은 몇 개 안 된다. 전체 70개 넘는 추모시설 중 10~12개 정도다. 수가 적으니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분당추모공원 휴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추모공원이다. 접근성이 좋고 평판이 좋은 덕분인지 연예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가수 고(故) 현철 외에 어떤 연예인들이 안장됐는지.

남철·남성남, 코미디언 분들을 모셨다. ‘휴’가 코미디언협회랑 협약돼 있어서. 가수 투투 김지훈님도 계신다. 앞서 말했듯 무료 유치가 없으니 연예인은 많지 않고 오히려 연예인 가족이 많다. 가수 바다 모친, 전 축구선수 송종국 모친, 골프선수 박인비 조모, 배우 주원 조모 등이 들어와 계신다. 다 자기 비용 내고 오신 분들이다.

-‘휴’만의 특이사항도 있는지.

‘휴’의 터가 풍수적으로 굉장히 좋다. 몇 해 전 대기업 관계자와 함께 찾아온 지관(풍수전문가)이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렇게 좋은 데가 있느냐”라고 감탄했다. ‘휴’는 수맥도 안 잡힐 만큼 땅이 좋다고도 한다.

-그간 <더 글로리><마당이 있는 집><사냥개들><D.P.2> 등 수많은 드라마가 분당추모공원 휴에서 촬영됐다. 드라마 촬영팀이 분당추모공원 휴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재단법인 납골당(봉안당)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풍광도 좋고. <야식남녀><레버리지><사생결단 로맨스><흉부외과><조작><트레이서><부당거래> 등도 ‘휴’에서 촬영했고, 심지어 미국 드라마 <센스8>도 여기서 촬영했다.

-분당추모공원 휴의 본향전이 세계 3대 국제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건축 부문(Interior Architecture) 본상을 수상했다. 수상의 비결은 무엇인가.

‘휴’의 두 번째 봉안당이니까 더 신경 써서 디자인했다. 재단법인 설립자 이동우 회장님의 딸인 이연화 씨가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각별히 신경썼다. 그런 정성이 어워드까지 수상하는 데 영향을 많이 미쳤을 거다. 밖에 있는 야외담 중 유리담(크리스탈담)은 특허 상품으로 이 씨가 디자인했다.

-장례업계 종사자들은 “일하면서 인생을 배운다”라고 한다. 서지석 대표가 ‘휴’에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

2009년에 들어와서 만 15년이 됐기에 휴 역사와 함께 했다. 초창기 때는 오후 6시에 직원 퇴근 후 회사 전화를 제 전화로 돌려놨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장지와 장례식장을 구분을 못했다. 장지에 새벽 2시에 전화하고 했다. 자다말고 전화 받았는데 한번은 어떤 여자가 막 울면서 새벽 2시에 전화했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성남화장장에서 봉안당에 모시려니 외지인이라 그런지 비용이 150만원이 너무 부담됐단다. 직원 안내대로 유택동산에 뿌렸는데 그날부터 죄책감 시달렸다고. 이후 8개월 동안 하루도 밖에 못 나가고 고민하다 유품만 갖고도 봉안당에 들어갈 수 있는지 상담하려고 전화했다. 가능하다 했다. 그때 나는 (동국대) 생사의례학과(현 생사문화산업학과)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분에게 최선을 다해 애도를 말했다. “유품 가지고 오셔도 하면 된다. 나중에 오셔서 시설도 보고 상담 하자” 했다. 그 후 잊을 즈음 비오는 밤에 또 전화가 왔다. 그 뒤에 일주일 간격으로 전화가 왔는데 그 다음부터는 연락이 없다.

-짧지 않은 통화에서 제대로 애도 상담이 된 모양이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 제가 일한 초창기에 분당 재생병원을 담당했는데 그때 빈소가 3호실이었다. 그때만 해도 ‘휴’를 잘 모를 때다. 3호실에서 어떤 분을 모시고 성남화장장에 가서 컨보이(convoy, 호송)를 했다. 제가 앞장서고 뒤에 영구차가 따라오고. 3호실에서 고인 김점례 씨를 ‘휴’로 모셔온 다음 재생병원에서 “상담해달라” 요청와서 가봤더니 3호실에 또 김점례 씨가 계셨다. 고인 이름표를 아직 안 뗐나 했는데 실제로 동명이인이 2연속으로 들어오신 것이었다. 특별한 추억이다.

-서지석 대표께서는 ‘휴’에서 유가족 애도 상담 업무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애도 상담을 하게 되었는지.

내가 생사산업학 전공하면서 배우기도 했지만 실제 이 일을 하면서 애도 상담이 중요하다 느꼈다. 비오는 날마다 전화 온 그분은 복합애도로 들어간 거다. ‘휴’에 딸을 안치한 아버지가 매일 출근하다시피 오다가 1년 제사 후 자살해서 들어오시기도 했다. 별별 사연이 다 있지만 내 기억에 남는 사건이 이런 것들이다. 

‘휴’ 홈페이지나 엘리베이터에 애도상담 5회 무료 등을 안내해놨다. 고인 떠난 후 2년까지는 정상 애도이나 자식 앞세운 분들은 4~5년을 정상 애도로 본다. 그걸 한참 넘어서서 일상생활을 못하면 복합애도다. 전문가에 따르면 만성, 지연, 가장, 과장 등으로 나타나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급한 불을 끄는 5번 정도의 애도 상담은 크게 도움 된다. 배우자든 누구든 가족이면 5번까지 무료로 해준다.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감명 깊게 읽은 책 3권 추천한다면?

기세호의 <적당한 거리의 죽음>, 이희인의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이범수 동국대 교수가 번역한 <유족의 사별애도 상담과 치료>를 추천한다. 우리나라는 죽음을 다 밀어낸다. 내가 파리 페를라 셰즈 묘지에 가서 어떤 여자를 우연히 만났는데 너네 가족 중에 누가 (묻혀)있냐, 했더니 아무도 없고, 거기서 독서 중이었다. 그 묘지 옆에 바로 아파트가 있다. <적당한 거리의 죽음>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이희인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는 묘지 기행이고, 이 교수가 번역한 <유족의 사별애도 상담과 치료>는 애도 상담에 기본이 되는 책이다. 외우다시피 했다. 논문심사 할 때 애도 과업의 틀린 부분을 집어낼 정도로 이 책을 완전 숙지했다.

-마지막으로 ‘휴’를 찾는 분이나 장례업계 관계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휴’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애도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시설이다. 누군가 돌아가시면 상속, 보험금 다툼 등 법적인 문제 있지 않나. 이런 법률상담도 무료(법무법인 동인)다. 휴의 강점이다.

설립자인 이동우 회장님은 다른 사업 없이 오로지 이 일만 한다. 2층 휴게실 가보면 다른 시설에서는 봉안당 안치시설 만들어서 팔텐데 여기는 유가족들이 담소 나누고 먹을 것 먹도록 해놨다. 모든 걸 유족들 편의와 필요에 맞춰서 시설 운영하고 있다. 휴는 다른 시설과는 차별화 됐다. 그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유가족 애도 상담이 시작된 게 만 2년이다. ‘휴’ 외에도 유가족 상담을 하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다. 이건 정말 사회에 엄청 필요한 일이다.



김충현 기자 beinl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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