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상조공제조합 조기열 이사장 “재무건전성 확보가 최우선”

2024.08.08 15:55:20

“정책당국과 소통해 협력하고 협조 구할 것”

한상공 조기열 이사장, 국회 30년 입법 전문가
한상공 최초의 非공정위 출신에 상조업계 기대 커
“재무건전성 확보 최우선…공격적 투자는 조합사 동의 아래”
“정책 건의, 적극적으로…솔직하게 협력하고 협조 구할 것”
“피터 드러커·앨빈 토플러 등 경영 구루 책 즐겨 읽어”
“상조는 인간의 아름다운 마무리 도와주는 중요한 업종”

한국상조공제조합은 올해 초 이사장이 급작스런 사퇴로 조직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한상공은 고심 끝에 7대 이사장으로 30년 간 국회에서 입법 전문가로 일한 조기열 이사장을 선출했다. 한상공 사상 최초로 공정위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이사장을 모셔온 것이다. 조 이사장은 한상공 공익이사를 지내며, 상조업계 분위기를 아는 만큼 한상공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조합을 연착륙 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조 이사장은 지난달 10일 취임해 이제 취임 한 달째를 맞았다. 본지는 조 이사장을 만나 한상공 운영방향에 대해 물었다.<편집자주>

Q.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린다. 이제 취임 한 달째가 됐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이하 기자)

“제가 국회에서 30년간 근무했는데 인생 전반기와 다른 영역에서 종사하고 싶었다. 우연히 연이 닿아 한상공 공익이사 활동을 했다. 공익이사 임기를 마치고 ‘천천히 이사장에 도전해보자’ 생각했는데 전임 이사장이 올해 초에 사표를 내시더라.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도전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이하 조기열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Q. 취임사에서 “각 조합사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조합을 든든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라고 말했다. 조합을 든든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재무건전성’ (확보)이다. 한상공은 할부거래법에 의해 2010년 9월에 87개 조합사와 함께 상조 소비자 피해보상기관으로 출범했다. 우리 상조업계가 사회 문제가 되니까 정부에서 소관부처를 정할 때부터 여러 논란이 많았다. 국무조정실에서 여러 차례 회의를 해 공정위로 업무를 분장하면서 일본 호조회 방식으로, 할부거래법에 일부조항을 넣어서 출범하면 되겠네, 라고 판단했다. 상조업법을 독립법으로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결국 봉합돼서 할부거래법이 됐다.
중도에 제도변경도 있었고, 2019년 상조업체 자본금 규모를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리다보니 그때 많은 폐업이 나왔다. 담보금을 올리다보니 견디지 못한 업체들이 폐업하고 우리 조합사들도 폐업해서 피해보상을 많이 했고 조합 재정도 악화됐다. 현 재무상황은 13~15년에 걸쳐 누적된 결과이다.”

Q. 어떻게 한상공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것인가.

“종전의 (한상공) 이사장들께서 자금운용을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최소한의 원금 보장이 필요하니까. 자금 손실이 나면 법적인 책임까지도 질 수 있다. (수익 창출) 생각은 굴뚝같아도 원금 보장 중심의 자산운용에 힘을 줬을 것이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해줬으면 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조합사들의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난해에 금리가 괜찮았고 1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니 조합사들이 건실하게 운영되고, 당기순이익을 낸다는 가정 하에 4~5년 정도 지나면 한상공의 재무건전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Q. 걱정되는 부분도 있나.

“티몬, 위메프 사태를 보면 (해당 업종은) 고객들의 돈을 먼저 받았다가 사후 정산하거나 서비스를 나중에 하는데, 상조업계 관련 (부정적인) 언론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미국 증시가 악화됐고 중동정세도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제어할 수 없는 체계적 위험이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올바르게 판단하고 정책 건의도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해서, 상황을 점진적으로 타개해나가겠다.”

Q. 조기열 이사장은 역대 이사장 중 유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이다. 조합 안팎에서 조기열 이사장을 향한 기대가 크다.

“그런 말을 몇 차례 들었다. 책임감을 느끼는데 어깨를 짓누르기도 한다(웃음). 제행무상이라고 모든 게 변한다. 저는 조합사의 기대와 주변 여건, 시대 상황 등이 버무려져 운 좋게 이사장이 됐다. 좀 더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균형감각으로 무장해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일까 생각하겠다. 정책당국과 소통을 해서 애로사항도 팩트 그대로 말씀드리고, 협력을 구할 건 구하고 협조도 잘하겠다.”

QQ. 외부에서 본 상조업계와 내부에 들어와서 본 상조업계는 어떻게 달랐나. 상조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강화해야 할까.

“2009년경에 국회 의사국 의안과장 시절에 권택기 의원이 발의한 할부거래법안을 살펴봤다. 의안과장이 국회에서 논의된 모든 법률 중 국회의장이 알아야 될 법안을 추려서 보고하게 돼있다. 그때 권 의원의 할부거래법안을 통해 ‘선불식 할부거래라는 게 있구나’라고 되새겼다.

무슨 업이든 본질 파악이 중요하다. 상조는 인간이 마무리 할 때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와주는 ‘요익중생(饒益衆生, 중생을 두루두루 이익 되게 하는 것)’이다. 상조 1.0은 부산상조를 중심으로 시작해 영남권, 수도권으로 퍼졌고, 2.0은 결합상품을 도입했으며, 3.0은 토털라이프케어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펫 개념이 도입돼 반려동물 장사도 지내고 추모도 한다. 정보화시대 맞물려서 사이버 추모관, 메타버스와 VR기술을 활용한다. 상조업계도 시대에 발맞춰 적절히 변화해가고 있다.”

Q. 지난 30년 간 국회 입법 전문가로 활동했는데 국회에서 경험한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1994년 9월 추석 직전에 건설위원회 입법조사관으로 보직 발령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남녀 16명씩 총 32명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한 참사였다. 당시 강성달 수석전문위원이 교량의 구조에 대해 자료조사를 요구해서 치열하게 조사한 경험이 있으며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생겼다. 공직 초입의 기억이다.

2017년에는 국회 의정연수원장을 했다. 1월 부임해서 강원도에 있는 국회고성연수원에 가보니 건물만 지어놓고 두 달 후 개원식 한다는 막연한 계획만 있었다. 현장을 살피며 개원식을 머리로 시뮬레이션 했다. 국회의장이 오시면 어떻게 의전을 할까 생각해 보니 마땅히 머물 공간이 없었다. 연수원 입구 쪽의 식당 위치를 좀 더 안쪽으로 변경하고, 식당 자리에 다목적 사무실을 만들려 하니 윗선에서 모두 싫어했다(웃음). 우여곡절 끝에 관계관들을 설득해 사무실을 만들었고, 개원식을 훌륭히 치렀다. 지역 밀착 행정을 위해 마을 이장님들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하다못해 회식도 근처의 속초가 아니라 고성에서 했다. 그곳에 영화관이 없어서 ‘찾아가는 영화관’을 표방해서 영화 상영을 하니 주민들이 모두 좋아했다. 덕분인지 주민들이 개원식을 많이 도와줬다.”

Q. 2017년부터 국회 직원불교신도회 회장을 맡았는데, 불교의 매력은 무엇인가.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로 자타불이의 정신으로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다. 저는 제적사찰(정기적으로 다니는 절)이 없다. 대학 때도 소속은 안 돼 있지만 암자에 가면 정성껏 시주했다. 처음 국회에 가서도 불교신도회를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종교활동은 집에 가서 하라’는 주의였다. 나중에 이병길 국회 사무처장이 저를 직원신도 부회장으로 오라고 했다. 로우키(Lowkey, 낮은 자세)로 너무 요란하지 않게 활동했다.”


Q. 감명 깊게 읽은 책 세 권을 소개한다면.

“『드러커의 100년의 철학』은 평생을 두고 읽을 책이다. 아무 페이지나 펴도 새겨들을 만한 드러커의 말이 나온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대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많이 인용해서 보게 됐다. 1980년 책인데, 향후 20~30년 안에 지식정보화 사회가 도래한다고 했고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미래에 대한 통찰은 어느 날 한순간에 머릿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드러커처럼) 많은 책을 읽고 사유한 끝에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고 현재화 된다.

잠재의식의 힘을 이용하려고 『신념의 마력』(클라우드 M. 브리스톨), 『잠재의식의 힘』(조셉 머피)을 읽었다. 서양의 구루들의 말과 동양의 불교가 말하는 게 거의 똑같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거다. 아무리 위대한 업적도 환원해서 보면 어떤 한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마음이 모든 것의 연원이다.”

Q. 마지막으로 상조업계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


“상조는 인간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와주는 업이다. 일할 때도 신바람 나게 정성을 기울일 수 있고, 자기가 최선을 다하게 되면 그런 영향력이 다시 순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상조는 현재 3~4인 가족 기준으로 전 국민 2가족 중에 1가족은 가입했다. 전 국민적이다. 상조상품 자체는 큰 돈이 안 들지 몰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장례가) 일생에 한두 번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내는 돈에 비해 (상조로 느끼는) 감정적 임팩트는 더 크다. 일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종사자들이 서로 협력을 해나가면 사회적 인식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 본다.”



김충현 기자 beinl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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