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신위철 기자】나종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가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에 대해 우울증 환자에 대한 언론 보도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나 교수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같은 나이 딸을 둔 아버지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피해자의 부모님이 느끼고 있을 감정을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라면서 “다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가해 교사의)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경찰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인 40대 A씨는 흉기로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말 이 문제로 휴직했다가 20일 만에 복직해 범행을 했다.
나 교수는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라면서 “(무분별한)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우울증 치료 환경에 대해서도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하다. 열명 중 아홉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면서 “사람의 생명은 의사만이 살리는 것이 아니다. 펜으로도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 부디 명심해달라”고 주문했다.
나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과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다음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3년 1월 tvN ‘유퀴즈’에 출연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또한 한국일보를 통해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하고 슬픈 일이 생겼다. 그러나 가해자의 병력에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었다고 보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조심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