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경제팀】= 은행들이 계좌유지 및 창구거래 수수료 도입을 본격화하거나 검토하면서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저금리 속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내는 은행들이 추가 수수료를 신설하겠다는 자체가 과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 고객 선택권 확대를 위한 각 은행들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점에서 꼭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예대마진에 의존한 은행들의 이자 수익 창출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앞으로 수수료 신설에 대한 논의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다음달 8일부터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한다.
수시입출금식 계좌를 만드는 신규 고객에 한해 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 월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단 기존 거래 고객과 예금, 신탁, 투자상품 등의 총액이 10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매기지 않는다.
또 창구 거래 없이 모바일, 인터넷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디지털채널을 이용하거나 19세 미만 또는 60세 이상 고객에게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고 디지털 채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하게 됐다"며 "신규 소액거래 고객도 지점을 이용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창구 거래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창구거래수수료는 고객이 창구를 방문해 입출금 등의 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창구거래 수수료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며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늘려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은행 '공공성'이 우선이냐 '자율성'이 우선이냐
국민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권이 기존에 없던 수수료를 신설하겠다고 하자, 이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은행들이 이제와서 추가 수수료 도입을 거론한다는 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과거 국민 혈세를 통해 위기를 탈출한 경험이 있는 만큼 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정부의 규제에 따른 진입장벽도 높아 상당 부분 보호를 받는 측면이 있는 만큼 수수료 도입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이 어렵다는 얘길 많이 했지만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며 "비이자 수익을 늘리겠다면서 창구 이용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창구 거래에 익숙한 기존 고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라고 전했다.
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는 은행들이 각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은행장을 지낸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수많은 은행들이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수수료 부과 없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고객들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일부 은행이 특정 부문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그 재원을 다른 서비스 강화에 사용한다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본인에게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더 폭 넓게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은행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ATM 저가 수수료 경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결국 얼마 후 손해가 커진 은행들은 앞다퉈 ATM 수를 줄였다"며 "이처럼 은행들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결국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B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경우 국내 점포수가 130여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부과에 따른 국민적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고 이와 동시에 장점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기존 고객들에겐 더 큰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수수료 부과시 그에 따르는 이득과 손실은 오롯이 해당 은행이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