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문재인 대통령이 잔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기의 조기 배치를 검토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던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의 입장이 묘해졌다.
당청 간의 입장을 적절한 수위에서 조율해야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 간의 충분한 사전교감 과정이 생략된 모습이어서 청와대 주도의 사드 조기배치에 암묵적 동의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칫 '청와대 뒤따르는 여당'의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민주당 지도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입장을 표명한다면 이번엔 청와대와 원하지 않는 '대립구도'로 전개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것에 대응해 잔여 사드 발사기의 추가 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이유로 기존에 설치된 2기의 발사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했던 문 대통령이었기에 이례적인 결정이다.
민주당 사드특위는 당초 지난달 4일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한 것에 대해 사드가 ICBM의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호 의원은 당시 "미국을 향해 쏘는, 특히 대기권에 진입하는 북한의 ICBM은 워낙 고각이기 때문에 (사드로) 막아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드가 ICBM의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던 사드특위 소속 위원들은 사드의 군사적으로 무용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할 수도, 여당 의원으로서 문 대통령의 전격 지시에 각을 세우는 모양새도 좋지 않아 고심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사드특위 소속 위원들은 'ICBM급 미사일'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특위 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특위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공식 입장이 없기에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상황에서 여당 일원으로서 사드특위의 입장을 말하기가 참 갑갑하다"며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는데 (이를) 도와야 할 여당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부 특위 소속 위원들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능력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사드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방어 시스템으로서 군사적으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부분이 없다"며 "수도권 지역까진 방어가 되지 않기에 군사적 방어 시스템으로서의 효용성에 대해선 필요성이 낮다는 것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위는 다음 주 중으로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호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힌 뒤 "왜 임시 배치를 결정했는지 그 배경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며 "각자의 정보를 취합해서 그것을 토대로 사드 특위 회의를 논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위로서는 기존의 입장은 고수하되 여당 의원으로서 대통령의 방침에 어느 정도 부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최근의 상황 변화를 특수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ICBM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군사 문제에서 외교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군사 대 군사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외교적 차원에서 국제 사회 공조와 압박·제재, 대화 노력을 병행하면서 외교 문제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