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정부·여당 공격 안 하는 속내는?

2017.07.11 08:55:23

【stv 정치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거침 없는 발언을 내놓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당 대표 당선 이후에는 의외로 정부여당에 대해 공세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지난 7일에는 "대통령이 외교활동을 하고 있는 동안 비판적 발언은 자제하겠다"고 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홍 대표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대여투쟁보다는 '집안 단속'에 치중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취임 이후 홍 대표는 당직 인선을 통해 당내 '친홍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당 사무총장에는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바른정당을 탈당한 홍문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는 대선 때 수석대변인으로 홍 대표의 '입'을 자임한 김명연 의원을 임명했다. 지명직 최고위원과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에도 각각 최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 김대식 동서대 교수를 지명했다.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의 제1과제로 단합과 혁신을 강조한 이유도 먼저 당의 역량을 쌓아나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먼저 당내 친홍 세력을 구축한 뒤 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당의 체질개선을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미 원내 사령탑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대여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원외인 당 대표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기 초반 국정운영에 통 크게 협력하는 야당 대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표는 통 크게 정치하자는 이야기"라며 "인사 청문회 가지고 누가 어떻다 저떻다 이야기 하지 않고 통 큰 정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가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해 보다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홍 대표는 취임 이후 다른 야당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예방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공조가 중요한 것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인 행보다.

 이를 두고 홍 대표가 '민주당 대 한국당' 구도를 염두에 두고 이런 행보를 펼친다는 평이 나온다. 민주당의 대항마인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해 자유한국당의 입지를 넓힌단 것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현재 원내교섭단체로는 4당 체제이지만 홍 대표는 이런 행보를 통해 사실상 양당제로 비춰지는 것을 겨냥한 것 같다"며 "이 같은 행보를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좌파 진영은 앞으로 아마 통합될 걸로 본다"며 민주당과의 통합설을 이야기했고, 바른정당은 "기생정당"이라 언급한 바 있다. 의도적 '무시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홍 대표의 '통큰 협력'이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홍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여관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이냐'는 질문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을 10년 해봤다. 야당을 어떻게 하는지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현재 정치판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 정비를 마치고나면 언제고 대여투쟁을 통해 '야성(野性)'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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