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인준 부결에 놀란 靑, 김명수 살리기 총력

2017.09.18 08:58:31

【stv】= 사법부 수장 공백을 막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양승태 현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24일까지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대법원장은 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처럼 국회 인준이 없으면 임명되기 어렵다. 청문회를 거치더라도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장관직과 다르다. 대통령이 인선 관련 직접적인 입장문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부 수장 공백이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막자는 이유에서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입장문에는 출범 넉 달째를 맞은 새 정부의 절박함과 위기감이 고스란히 깔려있다. 유례없는 다당(多黨) 체제와 여소야대 현실정치에서 고위 공직자 인준뿐 아니라 입법이 필요한 새 정부 개혁과제를 추진하려면 국회와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절대적이다. 하지만 새 정부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회 관계는 출범 초부터 삐걱거렸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둘러싸고 여당조차 등을 돌리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과 차관급 인사들의 연이은 자진사퇴 속에 긴장감은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정점에 치달았다. 지난 5월 19일 문 대통령이 직접 언론 브리핑에서 인선을 발표했던 인물이 후보자 지명 111일 만에 낙마하며 청와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에 지난 11일 청와대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논평을 내며 "상상도 못했다.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다. 특히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논평에는 문 대통령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의 인사 참사는 특히 법조계에서 두드러졌다. 법조개혁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6월 안경환 법무부 장관 자진사퇴(허위 혼인신고 논란 등), 지난 1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자진사퇴(비상장 주식 시세차익),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 인준 부결 등 법조계 인선에 잇따라 빨간불이 켜졌고 인사 논란은 심화됐다.
 
  김이수 후보자 부결로 절박해진 일명 '김명수 살리기'는 지난 15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입장문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직후 열렸던 입장문 발표에서 임 실장은 인사 참사를 사과하면서 남은 인선에 대한 국회 협조를 호소했다. 임 실장은 지난 5월과 6월에도 인사 문제로 사과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5일 임 실장은 박 후보자와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말하면서 "박성진 후보자께서 국회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사표시와 함께 사퇴 입장을 발표했다. 저희 청와대 역시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한다. 그리고 앞으로 국회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듣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양승태, 최종영, 이용훈 대법원장 임명을 여야가 협조해 전임자 임기가 끝나기 전 처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1948년 정부수립 이래 국회의 동의절차 지연을 이유로 사법부의 수장이 공석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부도 입법부도 사법부를 단 하루라도 멈춰 세울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되지 않도록 24일 이전에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처리해 주시기를 국회에 간곡하게 호소 말씀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임 실장의 발언 이틀만인 이날 문 대통령이 또 메시지를 밝힌 것은 이튿날부터 뉴욕 순방으로 5일간 자리를 비우고, 이번 주 김명수 후보자 인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자세를 낮춘 모양새로 협치를 강조하며 여소야대 현실정치를 돌파하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대독을 통해 "인준 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밝히면서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 국가안보와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며 겸허한 태도로 국회와의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내일(18일) 출국해서 금요일(22일) 밤에 돌아오는 만큼 입장을 밝힐 시기가 오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지난 11일 인준이 부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건을 비롯해 책임감을 느끼고, 국내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사법부 공백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김명수 후보자 인준 건은 국회에 공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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