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경제팀】= 코스피가 '2400 시대'를 연 배경에는 외국인이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역전 가능성,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 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이끄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지만,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코스피도 '2400 시대'라는 새 역사를 썼다. 코스피는 지난 29일 장중 2402.80까지 고점을 높이며, 지난달 10일 장중 처음으로 2300선을 돌파한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2400 고지'를 밟았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상장사 주식 1조7266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29일까지 순매도에 나선 날은 7거래일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6개월간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총 9조3176억원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월 말 36.3%에서 6월 현재 36.89%까지 높아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약달러에 따른 환차익을 챙기려는 외국인 매수세가 경상수지, 무역수지, 기업 실적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우리나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달러약세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가운데 믿고 투자할만한 곳이 현재로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의미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인 IT·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 자금이 모여들고 있는 것도 코스피 상승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중 우리나라처럼 경상수지나 무역수지가 이 정도로 나오는 곳은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이렇게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외국인 자금유출에 대해 고민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센터장도 "우리 기업 펀더멘털이 매우 강력하고 한동안 부재했던 정치적 리더십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축소됐다"며 "이런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 한국 대표산업인 정보기술(IT) 등 대형 수출주도 전망이 좋아 당분간 국내 증시에 우호적 유동성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도 "지속되는 약달러 현상과 펀더멘털 개선으로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하반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역시 "달러 가치가 약해진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만 선호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며 "따라서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 쪽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고, 이 가운데 펀더멘털과 수출이 좋아지고 있는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방향과 대북 리스크 등은 향후 외국인 자금 유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경기, 심리 변수는 국내 증시의 하락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특히 3분기 중에는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심리적 부담, 인플레이션 모멘텀 및 사이클에 대한 의구심, 2분기 실적시즌에서 실적 확인 및 경계심리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코스피의 발목을 잡고 변동성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들"이라며 "코스피 사상최고치에 중심축이었던 시클리컬주의 하락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IT 업종 또한 종목별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올 하반기 각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많을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 유럽 국가들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각국의 통화정책 변화에도 주목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9~30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최대 이슈로 주목되는 가운데 사드 배치와 한미 무역 문제 등 여러 가지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여부에 따라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