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부풀렸다 감사원에 적발된 금융위…"확인 작업 미흡, 고의 아냐"

2017.04.04 08:56:00

【stv 경제팀】= 금융위원회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개혁 인식조사' 결과를 왜곡해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사전에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금융개혁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금융위가 일부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3일 감사원의 '금융규제개혁 추진실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을 통해 실시한 금융개혁 인식조사 결과를 사전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설계한 뒤 그 결과를 언론에 배포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금융개혁 대국민 서베이 결과' 자료를 내고 금융개혁과제 8개 중 4개 이상 알고 있는 일반인이 97.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금융개혁과제는 ▲내집연금 3종세트 ▲성과연봉제 ▲크라우드펀딩 ▲인터넷 전문은행 ▲계좌이동 서비스 ▲간편결제·간편송금 ▲로보어드바이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이다.

당시 금융위는 "2015년 12월(68.7%)에 비해 일반인의 금융개혁과제 인지도가 28.7%나 상승했다"며 "금융개혁에 대한 인지도와 금융당국의 노력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금융위의 자화자찬은 거짓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귀하께서는 금융개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라는 금융개혁 인식조사 2번 문항을 통해 조사 대상을 사전에 분류했다.

2번 문항에 대한 답변은 ①잘 알고 있다 ②어느 정도 알고 있다 ③들어본 적 있다 ④처음 들어본다 등인데 금융위는 '처음 들어본다'고 답한 응답자에 대한 조사를 즉시 종료하고 설문 대상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러한 설계에 따라 전체 응답자 500명 중 4번을 고른 198명은 설문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식적으로 금융개혁을 모르는 일반인은 금융개혁과제에 대한 인지도도 낮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이 "4번 응답자를 제외하고 진행한 해당 설문조사는 일반국민의 금융개혁 과제 인지도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다.

한술 더 떠 이런 과정을 통해 산출한 97.4%라는 설문결과에도 오류가 있었다.

감사원이 갤럽에 재확인한 결과 실제로 4개 이상의 금융개혁 과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7.4%보다 31.5%포인트 낮은 65.9%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문제 투성이인 조사결과를 언론에 배포했고 14개 언론 매체가 해당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보도했다.

감사원은 "금융위는 금융개혁을 처음 들어본다는 응답자를 제외한 인지도 97.4%를 마치 일반국민의 금융개혁과제 인지도인 것처럼 오인되도록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했다"며 "잘못 작성된 연구용역결과 보고서를 보도자료 등으로 발표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위원장은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의' 주치를 내렸다.

이밖에 금융위는 감사원으로부터 규제개혁 과제를 주요 성과로 분류하는 등 규제개혁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들에 대해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며 "단 규제개혁 실적을 부풀렸다는 부분은 현재도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집계 차이가 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식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용역수행업체의 데이터와 결과를 검증하는 데 소홀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단 고의성은 없었다"고 답했다.

금융위 해명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비판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금융개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설계해 놓고 그 결과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인지도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감사원 지적에 공식적으로 반박 보도자료를 내지 못하는 건 스스로도 해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개혁 실적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던 탓에 일처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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