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경제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생활물가도 뒤따라 오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13.2% 올랐다. 2011년 10월(14.5%) 이후 5년3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로도 4.2%나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미국 대선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 심리로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원재료(50.4%)와 중간재(7.2%) 가격이 급등했다. 원유 수입 가격은 97.2%나 뛰었고 석유제품은 50.5% 올랐다.
문제는 선행 지표 성격을 갖는 수입물가가 오르면 최근 꿈틀거리고 있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해 4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에 올라섰다.
아직 한은(2.0%)의 물가안정목표치를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석유류 가격은 1월 소비자물가 상으로는 8.6% 올랐다. 향후 수입물가가 추가 반영될 경우 서민 생계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작황 부진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농림수산품 수입 물가가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5%나 올랐다. 달걀 가격은 61.9% 올랐고 배추(+78.8%)와 무(+113.0%), 당근(125.3%)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돼지고기(32.1%), 커피(27.3%), 콩(+9.2%) 등의 수입물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 가격은 구제역 여파와 수입물가 상승의 영향이 함께 나타날 경우 급등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물가 중 원재료와 중간재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 국내 생산업체들의 생산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보통 수입물가가 오르면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가 뒤따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수입물가에는 원자재, 중간재, 최종 소비재가 모두 포함되지만 소비자물가에는 소비재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입물가 상승분이 그대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