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가구중 1가구 반려동물과 동거…사육가구 증가에 갈등도 증폭

2017.02.09 09:07:24

【stv 사회팀】= 서울시민 이모(35)씨는 최근 빌라로 이사했다. 이씨는 이사한 새 집에서 개를 키워보기로 하고 입양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근데 엉뚱한데서 문제가 생겼다. 집주인이 이 집에서는 개를 키울 수 없다고 못을 박은 것. 이씨는 집주인과 몇차례 입씨름을 벌이다 결국 개 입양을 포기했다. 이씨는 "개를 키우려면 이제 개를 키울 수 있는 구역, 소위 개세권이라도 찾아다녀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이씨의 사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이웃간 갈등이 잦아지는 현 상황을 대변한다. 실제로 서울시내 애견인들은 이사를 할 때 개를 키울 수 있는 집을 찾아다니느라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반려동물 증가세에 비해 인프라나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반려동물 증가세는 뚜렷하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반려동물센터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17.4%였던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지난해 20.4%로 높아졌다. 서울에 살고 있는 5가구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관련산업도 지난해 연 1조2000억원 가까이 성장했다. 사료와 관련용품이 3849억원, 수의업이 6551억원, 반려동물 장묘 보호 서비스업이 338억원 등 1조73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산업 규모가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인생의 반려자로서 서울시민들에게 큰 의미가 되고 있지만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은 큰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유 연구위원이 발표한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시설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사육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 부담'이 31%로 가장 많았지만 '이웃에 피해를 준다'는 답변이 13.3%로 2위에 올랐다. 이어 반려동물을 돌봐줄 시간이 부족하다(12.7%), 반려동물 위생 문제(12.2%)가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 사육 포기 요인 조사에서도 이웃의 피해가 주요 답변으로 등장했다. 장기간 부재 등으로 '돌봐줄 수 없는 경우'가 37.5%, '경제적 문제' 11.6%, '이웃 피해' 8.2%, '위생문제' 6.2% 순이었다.

물론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반려동물들의 짖는 소리는 아파트 층간소음 못지않게 공동주택 공간에서 불편을 준다. 특히 한 집에서 동물이 짖기 시작하면 다른 집 동물들도 덩달아 짖어 아파트 전체에 상당한 소음을 유발한다.

짖는 소리뿐만 아니라 공동거주공간내 배변문제, 대형견으로 인한 공포감 조성 등도 반려동물 사육에 반대하는 쪽의 근거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 갈등이 급격히 늘자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중 처음으로 '동물갈등조정관'을 신설해 갈등 중재에 나섰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민원이 접수되면 2인1조로 구성된 동물갈등조정관들이 현장에 출동해 현장 확인과 당사자들 면담을 거쳐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서울시내 자치구에서도 반려동물 조정관이 등장했다. 강북구는 지난달 동물 관련 갈등 문제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해소하기 위한 '동물민원 주민자율조정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민원이 접수되면 주민자율조정관들은 통장과 2인1조로 현장을 방문해 당사자 면담을 진행한다. 조정관은 갈등해소를 위해 조정하고 중재하는 한편 재발을 방지한다. 문제가 있는 반려동물은 '행동 교정사'에게 연결시켜주고 동물보호법 위반 사항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려동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반려동물 사육가구를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늘리는 것도 과제다.

외국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이 구비된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2009년부터 도쿄 키바공원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도그 런 파크(Dog Run Park)'를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반려견 동반산책에 대한 불평과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공원에서 자유롭게 놀게 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핵가족화와 노령인구·독신자 증가,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애견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주택가에 이같은 공원을 다수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도 일본처럼 반려동물 관련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자치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관악구는 최근 1인 가구 증가 추세, 그리고 1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 주민들과 반려동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반려동물 놀이공간'을 도림천내 체육시설과 낙성대 야외놀이마당에 각각 200㎡(60평), 250㎡(75평)규모로 조성했다.

관악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과 손잡고 반려동물 양육 지식을 전달하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 강좌를 개최하고 지역 동물병원·애견 미용실 등과 '찾아가는 동물병원'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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