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최민재 기자】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순직한 국정원 요원들은 ‘이름 없는 별’로 불린다. 보안을 중시하는 국정원 방침상,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숨졌는지도, 이름도 누구인지도 알 수가 없다.
현재 국가정보원 청사에 걸린 '이름 없는 별'은 총 19개다.
이중 단 한 사람만이 이름이 공개돼 있는데, 바로 ‘최덕근 영사’다. 1951년(혹은 1952년)생인 그는 러시아 극동 재외공관의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최 영사는 이른바 '블랙'으로 불리는 비밀 요원은 아니었으나, 임무의 공로를 인정받아 추모 공간에 별로 새겨졌다.
그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소속 대북정보수집요원 3급 부이사관급 간부였다.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자원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해외에서 여러 활동을 했다.
그가 숨진 1996년 10월 1일 밤,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루스카야 거리 55번지 A 아파트에서 비명이 들린 직후, 아파트 3층 복도에서는 뒷머리에 둔기를 맞고 쓰러진 남성이 발견됐다. 바로 최 영사였다.
부검 결과 둔기로 머리를 8차례 가격당했으며, 흉기에 찔려 현장에서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당시 부검을 통해 시신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독극물인 '네오스티그민'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보당국은 북한의 달러화 위조와 마약 밀매를 추적하던 최 영사가 북한의 공작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최 영사는 북한의 100달러 위조지폐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하다가 북한 보위부 감시망에 포착됐다.
한국 측에서도 이 첩보를 입수해 주의하라고 했으나 최 영사는 조사 결과에 거의 근접한 상황에서 추적을 멈추지 않고 조사를 진행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영사는 순직 후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용의자가 검거되거나 관련 증거가 확보되면 수사 재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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