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청문회, 野 '소수의견 공세' vs 與 '철통엄호'

2017.06.08 08:54:48

【stv 정치팀】=  7일 진행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보수야당의 좌편향·보은성 선고 공세에 대해 여당이 김 후보자를 엄호하는 형국이 이어졌다. 아울러 홍석현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과거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봐주기 판결' 논란, 자녀의 음주운전 이력 등도 거론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헌법재판 과정에서 추천권자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따라갔다고 몰아붙였다.

  곽상도 의원은 "민주당 주장만 (따라) 하는 사례가 20건 가까이 확인됐다"며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김 후보자만 민주당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라갔는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사형 선고를 하고서 양심에 찔려 가출을 한 효봉 스님을 아느냐"고 운을 뗀 뒤 "헌재소장이라면 법률가의 양심이 있어야 하고, 시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헌재소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후보자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헌재소장이 하고 싶으냐. 법률가의 양심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다. 사퇴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청문위원은 "소수의견을 많이 낸 사람은 현명한 임명권자 같으면 (소장으로) 임명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당시 반대 취지의 소수의견을 낸 것에 대해 "후보자가 헌재소장을 하는 것에 대해 수용을 못하는 국민이 반을 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재판관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왔듯, 통진당 해산에 대해서 김 후보자가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고 비판할 수 없다"고 옹호했다.    

  같은 당 김성수 의원도 "후보자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소수의견을 밝힌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후보자가 낸 반대 의견이 이석기 내란 활동에 관한 판결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석기 내란활동이 민주적인 기본 질서를 위배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진선미 의원은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과 관련해 "후보자가 민주당의 코드를 맞췄다는 것이야 말로 이상한 일 아니냐"며 "당시 민주당은 야당이었다. "1300여 건 중 10%만이 반대·단독의견이었다. 그게 무슨 편향됐다는 말이냐. 소수의견이야말로 헌법재판소의 민주정신에 맞는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김 후보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을 태운 버스운전사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5·18은 저에게 굉장히 괴로운 역사"라고 말한 뒤 "주어진 실정법이 가진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 제 판결 결과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소 5·18 민주화운동을 재판했다는 사실 자체도 떳떳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저에게는 짐이 됐다"며 "법관 생활하면서 저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 됐고, 헌법수호나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보수야당의 '좌편향 판결' 비판에 대해서는 "저는 전혀 편향된 사람이 아닌데 저만 꼭 편향됐다고 지적하는 건 아니다"라고 맞섰다. 잔여임기가 15개월에 불과해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임기가 어떻든 간에 소장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의 판사 시절 판결과 자녀의 음주운전 전력 등도 도마에 올랐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1999년 판사 시절 김 후보자가 홍석현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조세포탈 혐의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점을 거론하며 "유사 재판을 찾아보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은 조세포탈로 3년이 선고됐다. 비슷한 건데 양심에 거리낌이 없느냐"고 따졌다. 백 의원은 아울러 "(김 후보자가) 약자를 늘 고려한다고 했는데 홍 특보가 약자냐"라고 캐물었다.

  김 후보자는 이에 "저는 양심에 추호의 거리낌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홍 특보는) 조세포탈한 돈을 다 냈고, 재산상 피해를 변상했다"며 "그 당시 양형기준으론 아주 타당한 양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약자를 배려한다는 건 예를 들어 변호인이 제대로 안 된 사람이거나 국선변호인이 있어도 그 분의 말을 경청하고 그 분이 주장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고 하면 조사하는 것"이라며 "강자하고 약자하고 양형을 어떻게 구분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채익 의원은 "(김 후보자) 장남은 2004년과 2009년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해서 벌금 50만원, 70만원을 선고 받고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았다. 차남도 2011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고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과태료가 나온 부분에 대해선 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가장으로서 가정을 소홀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자녀의 부동산 투기 의혹, 김 후보자 본인의 주정차위반 등 수십여 건의 교통법규 위반 등이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김 후보자가) 소수자를 대변하고 오랜 법조인으로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차남의 음주운전 경력과 관련해 벌금을 왜 과태료라고 말을 하느냐"라며 "과태료와 벌금이 다르지 않나"라고 질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주로 과태료가 많았고, 구별해서 말한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밤이 깊으면서는 야당 의원 일부가 김 후보자에 대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채익 의원은 오후 9시40분께 진행한 질의에서 김 후보자에게 "제 눈을 바로 봐 달라"라고 주문한 뒤 "오늘 내내 답변 태도가 매우 불성실하다. 굉장히 머리가 좋고 명석한 분이 결정적인 얘기에는 '기억이 안 난다'(라고 했다). 국회를 어떻게 보고"라고 윽박질렀다.

  이 의원은 "이 자리가 거짓말을 하고, 기억이 안 나고, 법관이 과태료를 모르고 벌금도 모르고 그렇게 해서 되겠느냐"며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장을 하겠다고 한 분이 가족들이 기초질서를 다 어기고 본인도 어기고, 과연 국민들의 자존심이 어떻겠나"라고 했다.

  그는 또 김 후보자가 사형을 선고했던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버스운전자 배모씨를 거론한 뒤 "오늘이 배씨 어머니의 기일이다. 배씨 어머니는 자식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지만 교도소에 수감돼 있어서 얼굴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며 "사과 의지가 있었다면 30년이 넘도록 왜 있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는 이 의원이 "자기에겐 엄청 관대하고 논리적으로 다 얘기하고, 남에 대해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자진 사퇴를 주장하자 "가족들 문제는 제가 책임을 통감한다. 확실하게 통감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이 의원이 거듭해 사퇴를 요구하는 데에는 별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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