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경제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50차 공판 끝에 열린 피고인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열며 '삼성 뇌물' 혐의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구체적인 사안을 알지 못했고, 보고받지도 못했으며,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면서 자신을 재판에 넘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본인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피고인신문을 가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 3월 첫 재판이 열린 뒤 처음으로 본인의 입을 통해 직접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앞선 재판 과정에서 입을 무겁게 닫은 채 말을 아낀 바 있다.
먼저 이 부회장은 최순실(61)씨와 그의 딸 정유라(21)씨 등 최씨 측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는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그의 '40년 지기'인 최씨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씨 승마 훈련 지원 과정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적 없다"라는 게 이 부회장 진술이다. 대한승마협회 회장 임명, 올림픽 승마선수 훈련 지원 등에 대해서도 일절 '모른다'라는 입장이다.
앞서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 실장은 이 부회장에게 정씨 승마 훈련 지원을 보고하지 않았고, 본인 선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진술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은 특검팀의 판단에 반박했다. 특검팀은 이 독대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부정한 청탁과 그에 따른 대가 관계가 성립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독대 과정에서 정씨의 승마 훈련 지원을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지난 2015년 7월에 있었던 독대 과정에서 '승마 훈련 지원이 미흡하다'라는 취지의 질책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씨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질책을 받은 것에 대해 "당황했다"라고 말했지만, 정씨 승마 훈련 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히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가 없었을뿐더러 본인 또한 정씨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청탁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대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현안을 말한 바 없고, 박 전 대통령 또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최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서도 "보고받지 못했다"라는 태도를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삼성그룹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 즉 총수의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닌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특검팀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목적으로 지목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양사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본인은 '삼성전자' 소속일 뿐이지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로 평가되는 미래전략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영향을 주거나 역할을 맡지도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결국 피고인신문이라는 재판 절차를 통해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재판부는 삼성 뇌물 사건을 판단하기 위한 마지막 심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