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길 전면개방…'통제구역'서 '시민공원'으로

2017.06.27 09:57:26

【stv 사회팀】=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50년 간 야간 출입이 통제됐던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시민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청와대 주변을 거닐면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다.
 
삼청동 청와대 춘추관에서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 이르는 길은 그간 소수의 시민들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드문드문 보이는 한적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날부터 24시간 개방된 청와대 앞길은 밤늦게까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여가를 즐기는 공원과 같은 장소가 됐다.
 
서울 구로구에서 지인 6명과 함께 청와대 앞길을 구경 왔다는 이광직(72)씨는 밝은 표정으로 "이번에 청와대 앞길을 처음 와 본다. 다닐 수 있는 길인 줄도 몰랐다"면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니 좋다고 생각한다. 친구들끼리 종종 와야 하겠다"라고 말했다.
 
송병국(69)씨는 경쾌한 목소리로 "그동안 권력 때문에 묶여 있던 길이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가 표현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질서가 확립됐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종전 청와대 앞길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특정된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이었다. 1968년 이후 단계적으로 개방되기는 했으나 낮에도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경찰에 의한 검문이 이뤄지는 등 '통제 구역'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정부가 전면 개방을 결정하면서 이날부터 주변 5개 검문소에서 평시 검문을 멈췄으며 설치했던 차단막도 제거했다. 청와대 정문과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앞에서만 할 수 있었던 사진 촬영도 모든 곳에서 가능하게 됐다.
 
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던 남기웅(28)씨는 "이 길을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지날 때마다 경찰이 많아 들어올 생각도 못했었다"면서 "과거에 거리감을 느끼던 길이 지금은 훨씬 열려 있다는 것이 체감된다"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허은숙(44·여)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바람을 쏘일 겸 와 봤다. 조용하고 좋은 것 같다"며 "전에는 걷고 싶어도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주변 분위기가 편해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또 와볼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점심시간에는 상당수 직장인들이 청와대 앞길을 찾아 짧은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홀로 냉커피를 들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했다.
 
김주현(23)씨는 "점심시간에 산책하러 나왔다. 가끔 이 길을 걷곤 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개방한다고 해서 그런 모양이다. 전에는 밤에 오면 통제를 했었는데 밤새 열린다고 하니 신기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는 김현지(24·여)씨는 "아이들과 함께 종종 산책하는 길인데 오늘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늘은 좀 더 깊이 걸어가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매일 오후 8시면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던 사람들도 이날은 밤늦게까지 청와대 주변을 여유롭게 산책했다. 퇴근길 이후 삼삼오오 몰려든 인파의 발길은 집으로 향할 줄 몰랐다.
 
친구와 함께 산책에 나선 직장인 이은희(33·여)씨는 "청와대라고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성지같은 느낌이었는데 새삼 정권이 바뀌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며 "단순한 청와대 개방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거주 중인 박정순(64·여)씨는 "결혼하고 40년동안 청와대 근처에 살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이곳에 와봤다"며 "감회가 새롭다. 대통령님이 바뀌셨으니 의미있는 날이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건강한 정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전면 개장 첫날인 이날 오후 8시에는 '청와대 앞길 50년 만의 한밤 산책'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실장 등이 참여했다.
 
오후 7시53분께가 되자 김 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리 페이스북 등으로 신청한 50여명의 시민들은 김 여사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으며 이날을 기념했다. 김 여사와 동행하는 행렬에 끼지 못한 시민들도 손뼉을 치며 "문재인!" "문재인!"을 외쳤다.
 
오후 7시59분께가 되자 춘추문 앞으로 굳게 닫혔던 철문을 향해 시민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오후 8시께가 되자 50년간 굳게 닫혔던 철문이 열렸다. 시민들은 일제를 박수를 쳤고 "새 시대가 왔다'며 기뻐했다.
 
이날 행진에 앞서서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다가 경찰에 제지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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