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경제팀】= 최근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부를 놓고 손해보험사들간 눈치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중소형 손보사는 현실적으로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금보험공사는 23일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따른 손보사 인하 여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자동차보험을 판매 중인 11개 손보사는 손해율 안정 등을 위해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2~5% 수준으로 보험료를 인상했다.
여기에 정부가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각종 제도를 시행하며 최근 손보업권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1개사의 당기순이익(1~11월 기준)은 2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000억원(35%) 증가했고,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952억원으로 2010년(-9348억원) 적자 전환한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말에 변수가 생겼다.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가 지난해 12월31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3% 낮추며 업계 내 가격경쟁 분위기가 심화됐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월 29.8%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같은해 11월 29.4%로 4개월새 0.4%포인트가 빠졌다.
업계는 보장내용이 표준화 돼 있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소비자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삼성화재가 규모의 경제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선제적으로 인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보험사들은 시장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보험료 인하에 동참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이에 따르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예보가 11개 손보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과보험료 14조원을 기준으로 자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보험료를 1% 인하했을 때 당기순이익(세후)은 3.8% 감소한다.
삼성화재 인하폭인 2.5%를 적용하면 당기순이익은 8.8%나 줄어든다.
결국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가격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 손보사들은 이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예보가 보험료 인하 여력을 판단하기 위해 산출한 '수정합산비율(발생손해액+순사업비-투자영업이익)/경과보험료)'을 보면 삼성화재를 제외한 10개사 중 가격 인하가 가능한 곳은 대형사뿐이고 나머지 중소형사는 여력이 없다.
수정합산비율이 손익분기점인 100%를 하회할 경우엔 인하 여력이 있고 100% 초과시에는 인하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는데 대형사(3개)는 99.3%, 중소형사(7개)는 104.5%를 기록했다.
10개 손보사의 수정합산비율은 100.7%다.
원선희 예보 보험리스크관리실 팀장은 "손보업권은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매출, 손익 및 자본여력 등 재무 건전성이 양극화 돼 있는 시장"이라며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가격경쟁이 촉발되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사의 손익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중소형사는 이미 자동차보험 부문의 영업손실이 크게 발생한 상태로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들의 경우 가격 경쟁에 동참하기 보다는 인수심사 강화, 사업비 효율화 등의 손익 관리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