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병원 장례 리베이트, 직원 파면으로 끝낼 일인가

서울서 1억6천만원대 금품수수…지급 업체 조사·산하 장례식장 전수점검 필요

 

【STV 박상용 기자】대한적십자사가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직원 5명을 파면했지만, 유족을 소개받는 대가로 돈을 지급한 업체에 대해서는 공개된 내용이 제한적이다. 적십자사 산하 다른 장례식장까지 같은 방식으로 점검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직원 징계와 경찰 수사 이후, 거래 상대방과 관리 체계 전반을 살피는 일이 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적십자병원 직원들은 2022년 8월부터 상조에 가입하지 않은 유족에게 특정 장례서비스 업체를 소개하고 건당 80만원을 받았다. 사무보조원 1명이 35만원을, 장례지도사 3명이 각각 15만원을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소개비에 승인받지 않은 외부 염습비와 업체의 직접 송금액 등을 더한 금액은 1억6676만5000원이다.

 

금품을 지급한 업체의 실명은 공개된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자료와 보도에는 익명으로 표시돼 있지만, 그 업체가 선불식 상조업체인지 후불식 장례 의전업체인지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업종을 확인하기 전까지 이를 특정 상조회사의 행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업체의 지급 경위와 관여 범위 역시 수사 결과와 별도로 확인할 대목이다.

 

앞서 거창적십자병원에서도 장례지도사들이 영정사진 인쇄와 장지 도시락 업체를 유족에게 연결하고 현금·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외부 인력이 염습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3차례에 걸쳐 230만원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적십자사는 관련 직원 1명을 파면하고 1명을 해임했다.

 

거창의 비위가 먼저 확인됐는데도 서울에서 장기간 이뤄진 금품수수가 뒤늦게 드러났다는 점은 점검 범위에 관한 의문을 남긴다. 적십자사가 산하 장례식장의 업체 소개 경로와 염습비 지급 내역을 전수조사했는지, 조사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이번에 공개된 내용만으로 알 수 없다.

 

서울 사건에서는 자체 감사가 시작되자 금품 내역을 외부 염습 노무비로 설명하기로 말을 맞춘 정황도 확인됐다. 적십자사는 직원 5명을 지난 6월 파면했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파면은 내부 징계이며, 금품을 주고받은 과정의 위법 여부와 각 관계자의 법적 책임은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장례식장 직원의 업체 추천은 경황없는 유족에게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허 의원은 산하 장례식장 전수조사와 운영 쇄신을 촉구했다. 적십자사는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속 조치의 실효성을 판단하려면 금품 지급 업체와 거래 내역, 다른 시설의 유사 사례 여부에 대한 확인 결과가 제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