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차용환 기자】정부가 2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를 일괄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사업별 수익성과 위험을 따져 추진 속도를 달리하기로 했다.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첫 투자사업으로 진행하되, 미국 대형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는 사업성을 더 검토한 뒤 최종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첫 사업으로 선택된 엔시날 발전소는 미국 텍사스 지역의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를 겨냥한 프로젝트다. 정부는 약 223억달러를 투입해 장기간 운영할 경우 20년에 걸쳐 430억~450억달러 수준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회수 전망이 현실화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판매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 발전소 전력을 장기간 구매할 기업과의 전력구매계약(PPA)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 현금흐름과 투자수익은 향후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첫 사업으로 선정됐다는 사실과 수익성이 최종적으로 보장됐다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원전 사업은 장기간의 인허가와 공사 과정이 변수다. 미국에서 신규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공사기간이 길고 건설비 증가 가능성도 있어 투자 규모와 회수기간을 추가로 따져야 한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 협상도 아직 진행 중이며 정부는 5~10% 수준의 지분과 의결권 확보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LNG는 더욱 신중한 검토 대상으로 남았다. 장거리 가스관과 액화시설을 구축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데다 과거에도 높은 사업비와 수익성 문제로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참여를 중단한 전력이 있다. 정부 역시 투자비와 판매 구조, 장기간의 회수 가능성을 추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미투자 사업을 모두 같은 단계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구체화된 엔시날 발전소는 먼저 추진하고, 원전과 LNG는 협상과 검증 시간을 더 확보했다.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공급망 확대라는 전략적 목적을 고려하면서도 개별 사업의 수익성과 위험을 따로 판단하겠다는 방향이다.
향후 대미투자의 성패는 투자 규모보다 실제 회수 구조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엔시날 발전소의 장기 전력구매계약이 어떤 조건으로 체결되는지, 원전과 알래스카 LNG가 추가 검토 과정에서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하는지가 정부가 강조해온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