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유족을 특정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연결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이른바 ‘콜비’가 장례서비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있다. 화훼와 영정사진, 음식업체 알선료에 이어 허위 염습비까지 확인되면서 음성적인 거래가 장례 과정 전반으로 번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제재한 양주한국병원장례문화원은 4년간 112개 상조회사 소속 장례지도사들에게 ‘콜비’와 ‘제단꽃R’ 등의 명목으로 3억4000만원 상당을 제공했다. 유족을 연결하면 건당 70만원을 지급하고, 지정 꽃집을 이용하면 결제액의 30%를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해당 장례식장은 소개비 지출이 없는 장례에는 비용을 50% 할인하는 내부 방침도 운영했다. 리베이트가 장례가격에 반영돼 결국 유족 부담으로 돌아갔다는 공정위 판단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런 거래가 사라지면 유족이 건당 70만∼1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직원들이 상조에 가입하지 않은 유족에게 특정 상조회사를 안내하고 건당 8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개비와 승인받지 않은 외부 염습비 등을 합친 금액은 1억6676만5000원이었다.
거창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영정사진 인쇄업체와 장지 도시락 업체를 연결해주고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외부 장례지도사가 염습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23차례에 걸쳐 230만원을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장례식장이 상조회사 장례지도사에게 돈을 주거나, 장례식장 직원이 상조회사와 관련 업체에서 돈을 받는 등 거래 방향은 달랐다. 그러나 유족에게 숨긴 경제적 이해관계가 업체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유족을 위한 안내처럼 보였던 추천이 실제로는 소개비와 판매액 연동 수익을 위한 영업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사망 직후의 첫 안내가 전체 장례계약을 좌우하는 구조가 있다. 유족은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장례식장과 상조회사를 정하고 빈소와 음식, 장례용품, 염습·발인 일정까지 한꺼번에 결정한다. 비교할 시간이 부족해 최초로 안내받은 업체와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고인이 안치된 뒤에는 장례식장을 다시 옮기기도 어렵다. 한 건의 장례가 시설과 음식, 용품, 화훼 등 여러 매출로 연결되면서 소개비를 지급해도 다른 항목에서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한다. 콜비와 리베이트가 견적서나 거래명세서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관행을 키운다.
유족 알선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은 서면계약을 맺거나 법인 회계로 처리했다고 해서 정상적인 업무제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를 선택하도록 유도한 대가라면 소비자의 판단과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거래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자체와 공공병원의 점검도 가격표와 시설 기준 확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례 접수 경로와 업체별 소개 건수, 금융거래, 세금계산서, 염습비 지급 내역을 함께 대조하고 금품수수가 확인되면 같은 법인과 산하 시설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일부 종사자의 비위를 장례지도사나 상조업계 전체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지만,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장례지도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유족 알선을 대가로 한 금품수수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실제 지급자와 수수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장례서비스는 유족이 가장 취약한 순간에 이용한다. 콜비를 오랜 관행이나 영업비로 넘길 것이 아니라 유족의 선택권을 거래하는 행위로 보고 상시점검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