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인공지능이 장례가 끝난 뒤 고인을 기억하는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진과 녹음, 생전 대화 등을 바탕으로 추모 영상을 제작하거나 고인의 모습을 대화형 인물로 구현하는 ‘그리프테크’가 새로운 장례 연관 서비스로 등장했다.
그리프테크는 사별의 아픔을 뜻하는 ‘그리프’와 기술을 합친 말이다. 온라인 추모공간과 디지털 유산 정리, 고인의 영상·음성 재현, 이용자의 질문에 반응하는 AI 인물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장례식장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한 추모 영상을 상영하는 정도였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정지된 사진에 표정을 더하거나 남아 있는 음성의 특징을 분석해 새로운 문장을 들려줄 수 있게 됐다. 제작에 필요한 자료와 비용이 줄면서 일반 유족도 이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서비스는 장례식에서 사용하는 영상 제작, 고인의 표현 방식을 모방한 대화 기능, 본인이 건강할 때 가족에게 남길 이야기를 미리 저장하는 방식 등으로 나뉜다. 특히 생전에 직접 기록하면 공개할 사람과 사용 목적을 본인이 정할 수 있어 사망 후 가족이 임의로 복원하는 데 따른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상조회사는 가입자의 삶을 기록해 장례 의전에 활용하고 이후 온라인 추모관과 기일 안내로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장례식장도 고인의 생애를 보여주는 영상이나 디지털 조문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 기존 서비스의 범위가 장례 이후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하려면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당사자가 허용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이 디지털 인물을 제작할 수 있는지, 유족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면 누가 결정권을 가질 것인지에 관한 기준이 아직 분명하지 않다.
AI가 만들어낸 발언이 실제 고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기존 자료를 단순히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새로운 답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실제 기록과 가공된 내용을 혼동하지 않도록 AI 제작물이라는 사실을 화면과 음성에 알릴 필요가 있다.
정보 관리 책임도 뒤따른다. 가족사진과 녹음, 문자메시지가 저장되는 장소와 기간, 외부 제작업체 제공 여부, AI 학습 활용 여부를 계약 전에 밝혀야 한다.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때 자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남은 복제본은 어떻게 폐기하는지도 약관에 포함해야 한다.
본인이 사망 후 자신의 디지털 자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정하는 ‘디지털 유언’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AI 재현 허용 여부와 열람 대상, 이용 기간, 삭제 시점을 지정해 두면 유족의 판단 부담과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상조상품에 AI 추모 서비스를 결합할 때는 기본 제공 항목인지 별도 상품인지 구분해야 한다. 제작 착수 이후 취소와 환불이 가능한지도 명시해야 한다. 사별 직후의 유족에게 기술의 한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고가 서비스를 권하는 영업은 새로운 소비자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프테크는 남겨진 기록을 다양한 형태로 보존하고 전달하는 수단이다. 상조·장례 분야의 새로운 성장 영역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기술 도입에 앞서 당사자의 의사 확인과 유족 보호, 정보보안, 계약상 책임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