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형석 기자】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법적 책임과 제도 개선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도착했는데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제때 투표하지 못했다면 국가배상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선관위가 수요예측에 더 정교한 기술을 활용했어야 하는지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거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다.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보장해야 할 권리다. 과거에도 선거관리 잘못으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국가배상이 인정된 사례가 있었다. 배상액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관리 실패가 실제 권리 침해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법적 다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있었는지, 장시간 대기 자체가 정신적 손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출구조사 공개 이후 투표가 선거의 자유로운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선관위가 원인과 피해 규모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소송과 정치적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수요예측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선관위는 딥페이크 탐지 등 일부 선거관리 영역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지만, 정작 투표용지 수요 예측에는 AI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인 수와 과거 투표율, 사전투표 흐름, 지역별 경쟁도, 날씨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하면 위험 지역을 사전에 가려낼 여지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AI가 선거관리의 최종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선거는 예측보다 절차적 안정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 경보 체계는 충분히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용지 부족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표시하고 예비 물량을 더 배치했다면 이번 혼선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문제는 기술 하나의 유무가 아니라 선관위의 준비 체계다. 투표용지를 얼마나 인쇄했고, 예비 물량은 어디에 얼마나 배치했으며, 현장 보고가 올라왔을 때 추가 공급은 왜 늦어졌는지 설명해야 한다. AI 부재 논란은 선관위가 변화한 선거 환경에 맞는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갖췄는지 묻는 문제로 이어진다.
투표용지 한 장의 부족은 단순한 종이 부족이 아니다. 유권자의 한 표가 제때 행사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가배상 전례와 AI 예측 부재 논란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선관위는 국민의 참정권을 지킬 만큼 충분히 준비돼 있었는가. 이번 사태의 답은 사퇴나 사과가 아니라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에서 나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