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란희 기자】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반발을 의식한 듯 단순한 통행료가 아니라 항행 지원과 안전 보장, 수색·구조, 환경오염 정화 등에 대한 서비스 비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4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다며 수수료 징수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오만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각종 항행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행 자체에 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해협 관리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란은 앞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를 명분으로 페르시아만해협청을 설립했다. 이 기구를 통해 선박 사전 심사와 관리, 수수료 부과 등 새로운 통항 규정을 감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란이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전략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이란이 통항 규정을 강화하거나 수수료 부과를 실제로 시행할 경우 국제유가와 해상 보험료, 운송비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이 호르무즈 통제를 이란의 새로운 핵 옵션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이란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통항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거나 선박 운항을 제한할 경우 국제 교역과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2차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것도 이란의 수수료 제도를 단순 행정 조치가 아닌 압박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란의 주장이 국제법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연안국이 항행 안전을 위한 일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국제 해협 통항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사실상 통행료 성격의 비용을 부과한다면 강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중동 군사 긴장과 에너지 시장 불안을 동시에 자극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