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6·3 지방선거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7곳, 국민의힘이 9곳에서 승리했다. 부산은 여전히 국민의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이 영도구, 남구, 기장군, 북구, 사하구, 강서구, 사상구 등 7개 기초단체장 자리를 가져가면서 보수 텃밭의 균열은 뚜렷해졌다. 국민의힘이 전체 우위는 지켰지만, 부산 민심이 더 이상 정당 간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특히 남구, 기장군, 영도구 패배는 단순한 지역 패배로 보기 어렵다. 세 지역은 부산 정치권에서 ‘안티 한동훈 3인방’으로 불릴 만큼 한동훈 전 대표 견제에 앞장섰던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다. 한동훈을 막는 데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자기 지역 민심은 지키지 못한 셈이다.
박수영 의원의 남구, 정동만 의원의 기장군, 조승환 의원의 영도구에서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후보는 모두 패했다. 세 의원이 직접 후보로 출마한 선거는 아니지만,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과 조직, 지원 유세, 지역 여론 관리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당내 정치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자기 지역의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번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영도구, 남구, 기장군, 북구, 사하구, 강서구, 사상구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중구, 서구, 동구, 부산진구, 동래구, 금정구, 연제구, 수영구, 해운대구 등 9곳에서 승리했다. 숫자로만 보면 국민의힘이 앞섰지만,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민주당이 7곳을 가져간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그 안에 반한동훈 흐름의 상징처럼 거론돼 온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는 더 커졌다.
남구에서는 민주당 박재범 당선인이 국민의힘 김광명 후보를 꺾었다. 남구는 박수영 의원의 정치적 기반이자 부산 국민의힘 내에서도 주목도가 큰 지역이다. 박 의원은 중앙정치와 당내 현안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의 지역구 기초단체장 선거를 지켜내지 못했다. 한동훈 견제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지역 유권자의 선택은 국민의힘을 향하지 않았다.
기장군에서는 민주당 우성빈 당선인이 국민의힘 정명시 후보, 조국혁신당 정진백 후보, 무소속 김쌍우 후보를 모두 누르고 승리했다. 4자 구도였다는 변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기장군수 자리를 내줬다. 정동만 의원의 지역구에서 벌어진 패배라는 점에서 선거 구도 관리와 보수 표 결집 실패 책임이 제기된다. 다자 구도 속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기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지역 조직력과 후보 경쟁력 모두에서 허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영도구 결과도 충격적이다. 민주당 김철훈 당선인은 국민의힘 안성민 후보와 무소속 김기재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영도구는 부산 원도심 정치의 상징성이 큰 지역이고, 조승환 의원의 지역 기반과도 맞물려 있다. 국민의힘이 영도구를 내준 것은 단순한 한 지역의 패배가 아니라 부산 보수정치의 민심 장악력이 약해졌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 의원 역시 지역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세 지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민주당이 승리한 부산 7곳에 포함되며, 동시에 ‘안티 한동훈 3인방’으로 거론돼 온 부산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라는 점이다. 당권파 중심의 질서를 지키고 한동훈의 정치적 확장을 막는 데는 적극적이었지만, 지역 유권자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선거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결과는 부산 국민의힘 일부 현역 의원들에게 냉정한 성적표를 던졌다.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 패배를 특정 국회의원 한 명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후보 경쟁력, 지역 현안, 무소속 출마, 정당 지지율, 선거 구도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역구 현역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공천과 조직, 지원 유세, 지역 여론 관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기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패했다면 중앙정치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지역 민심부터 되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이번 부산 선거가 국민의힘에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한동훈을 막는 것이 과연 보수의 승리 전략이었느냐는 것이다.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생환한 반면, 한동훈 반대 흐름으로 거론된 일부 현역 의원들의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후보가 패했다. 이 대비는 우연으로만 넘기기 어렵다. 유권자들은 정당 간판보다 인물 경쟁력과 지역 책임 능력을 더 냉정하게 따졌다.
국민의힘 부산 정치권은 이번 결과를 단순한 지역별 승패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부산 7곳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보수 텃밭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남구, 기장군, 영도구의 패배는 당권파식 공천 정치와 내부 권력투쟁이 지역 민심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한동훈을 견제하는 정치가 실제 선거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그 전략은 실패한 것이다.
박수영, 정동만, 조승환 의원은 이번 결과 앞에서 답해야 한다. 한동훈을 향한 정치적 견제에는 앞장섰지만, 자신들의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패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내 권력 싸움에는 적극적이면서 지역 선거 패배에는 침묵한다면 유권자는 그 책임 회피를 더 냉정하게 볼 것이다. 부산 보수정치의 위기는 민주당의 약진 때문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오만과 분열에서도 비롯됐다.
보수정당이 다시 부산 민심을 온전히 회복하려면 특정 인물을 배제하는 정치부터 멈춰야 한다. 확장성 있는 인물을 품고, 지역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는 후보를 세우며, 중앙정치의 계산보다 지역 민심을 우선해야 한다. 한동훈을 반대하는 데 힘을 쏟았던 정치가 자기 지역구 선거도 지켜내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는 국민의힘 당권파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부산에서 국민의힘이 9곳을 지켰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7곳을 가져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중 남구, 기장군, 영도구 패배는 ‘안티 한동훈 3인방’의 정치적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 있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