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는 상조·장례산업에서 중요한 가치다. 장례는 유족이 정신적으로 가장 취약한 순간에 진행되고, 상조 상품은 장기간 납입과 서비스 이행을 전제로 한다. 불완전판매, 과도한 추가비용, 계약 내용과 다른 서비스 제공은 당연히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 현장의 구조와 산업의 순기능을 살피지 않은 규제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상조회사 CEO로 현장을 지키며, 대학 장례 관련 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장례식장 운영 경험까지 더해 상조·장례산업의 현실과 제도 변화를 현장과 교육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최근 행정이 상조·장례산업을 지나치게 문제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일부 사업자의 일탈이나 민원 사례를 근거로 전체 업계를 규제 대상으로 묶어버리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중소 상조회사와 지역 장례식장까지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상조업은 단순히 장례상품을 판매하는 업종이 아니다. 소비자가 장례비용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장례가 발생했을 때 유족이 빈소, 입관, 발인, 화장, 봉안, 조문객 응대 등 복잡한 절차를 감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활 필수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장례지도사와 의전 인력의 역할은 크며, 상조회사는 유족이 갑작스러운 장례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돕는 장례지원 체계의 한 축이다.
그럼에도 상조업에 대한 규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선수금 보호, 해약환급금, 계약 고지, 영업수당 구조 등은 반드시 관리돼야 한다. 하지만 모든 상조회사를 잠재적 위반 사업자로 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영세 상조회사는 대형사와 달리 법무, 회계, 전산, 민원 대응 조직이 충분하지 않아 같은 규제도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규제는 방향과 절차가 중요하다. 행정은 먼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충분한 계도기간과 개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보다 민원 발생 이후 시정명령과 처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악성 민원이나 예외적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을 의식해 규제가 강화되면, 현장은 서비스 개선보다 민원 방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상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규제 회피가 아니다. 문제 사업자는 엄정히 관리하되,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는 예측 가능한 기준과 합리적인 개선 절차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면 계약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설명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사업자가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행정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장례식장 규제 역시 현장 특수성을 함께 봐야 한다. 장례식장은 일반 음식점이나 행사장과 달리 고령 조문객과 감염에 취약한 방문자가 많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오가며 음식 제공과 정리가 반복되는 공간이다. 따라서 위생과 감염 관리는 장례식장 운영의 핵심 요소다.
이런 점에서 장례식장 내 외부 음식물 반입 확대나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단순히 소비자 편의나 환경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외부 음식물 반입은 식중독 등 위생 문제와 책임 소재로 이어질 수 있다. 장례식장이 직접 관리하지 않은 음식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 반입 과정과 보관 기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도 마찬가지다. 환경 보호라는 취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장례식장 현장은 감염 예방과 신속한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려면 세척 시설, 인력, 보관 공간, 감염관리 기준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준비 없는 일률 규제는 영세 장례식장의 부담을 키우고, 조문객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상조와 장례식장은 국민의 마지막 의례를 책임지는 생활 기반 산업이다. 상조회사는 장례 준비와 비용 부담을 분산시키고, 장례식장은 유족과 조문객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 산업을 일부 민원과 문제 사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행정당국은 악성 사업자와 정상 사업자, 악성 민원과 정당한 소비자 피해를 구분해야 한다. 역기능은 바로잡되 순기능은 인정하고 키워야 한다. 규제는 산업을 옥죄는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와 장례서비스 안정을 함께 지키는 사회적 장치가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