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서울시가 어린이와 사산아를 위한 전용 산분장지 나비쉼터를 시범 운영한다. 산분장이 제도권 장사 방식으로 허용된 이후 공공 장사시설 안에 어린이 전용 산분 공간을 마련한 사례로, 매장·봉안 중심의 장묘 체계가 자연장과 산분장 등으로 넓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5월 4일부터 경기 파주시 용미리 제1묘지 추모의 숲 안에 나비쉼터를 운영한다. 시설 규모는 500㎡이며, 이용 대상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사산아다. 서울시민뿐 아니라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거주자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립승화원이나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경우도 신청 대상에 포함된다.
이용료는 무료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서울시는 시설을 우선 시범 운영한 뒤 유족 수요와 만족도, 심리적 수용성 등을 살펴 향후 운영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반인 대상 확대 여부도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산분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지정된 장소에 뿌리거나 묻는 장사 방식이다. 수목, 화초, 잔디 밑 등 육상 공간뿐 아니라 일정 요건을 충족한 해역에서도 가능하다. 다만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상 산분장은 묘지, 화장시설, 자연장지 등 허용된 장소나 육지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바다 등 정해진 기준을 충족한 곳에서만 가능하다.
그동안 장사시설은 매장묘와 봉안당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묘지와 봉안시설의 공간 부담이 커지고, 장례 방식도 간소화·친환경 방향으로 바뀌면서 자연장과 산분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산분장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이용 가능한 공공 산분 공간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나비쉼터는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맞춰 마련된 공공 산분장지다. 특히 어린 자녀를 떠나보낸 유족을 위한 전용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반 산분장지와 차별성이 있다. 어린이 장례는 유족의 심리적 충격이 크고, 일반 장사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정서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산분 기능과 추모 기능을 함께 갖춘 공간으로 나비쉼터를 조성했다.
쉼터 내부는 산분 구역과 추모 공간으로 나뉜다. 유족이 이동하기 쉽도록 무장애 데크형 접근로를 설치했고, 정원과 기념 조형물도 마련했다. 아이를 기억할 수 있는 추모 환경을 위해 인형이나 장난감을 보관할 수 있는 나비선물함, 추모 글을 남길 수 있는 나비 이야기 공간도 조성됐다. 단순한 안치 시설이 아니라 유족이 다시 찾아와 애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한 것이다.
나비쉼터 운영은 장례 이후 추모 방식이 매장·봉안 중심에서 자연장과 산분장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산분장은 법적 허용 범위와 이용 장소가 정해져 있어 유족이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례 현장에서도 화장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장사 방식과 신청 요건, 이용 가능 시설을 정확하게 안내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분장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세부 운영 기준과 안내 체계도 중요하다. 유족이 산분장의 절차와 의미, 허용 장소, 추모 방식 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어린이 전용 시설인 나비쉼터의 경우에는 일반 장사시설보다 더 세심한 안내와 공간 관리가 요구된다.
서울시는 나비쉼터 시범 운영을 통해 산분장에 대한 시민 수용성과 실제 이용 흐름을 점검할 예정이다. 어린이 전용 산분장지 운영 결과는 향후 공공 장사시설의 방향을 가늠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매장과 봉안 중심으로 짜였던 장묘 인프라가 유족의 정서, 공간 부족 문제, 친환경 장례 수요를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