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차용환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측의 새 제안을 놓고 국가안보 참모들과 회의를 열었다. 중동전쟁 이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담은 제안을 내놓으면서 미국 정부가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백악관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한 핵심 요구, 이른바 레드라인은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협상 가능성은 열어두되 핵무기 보유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은 차단하겠다는 기조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분리해 다루려는 데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곳의 봉쇄나 불안은 곧바로 국제 유가와 해상 물류에 영향을 준다. 이란은 해협 재개방과 긴장 완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핵 문제 논의는 뒤로 미루려는 접근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해협 문제만 따로 떼어 합의할 경우 이란의 핵 활동을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다. 이란은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를 자국 내에 남겨두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되며, 농축 우라늄을 넘겨야 한다는 요구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협상 조건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거래에서 물러서기 어렵다고 보는 최저선에 해당한다.
호르무즈 해협 카드와 핵 프로그램 분리 시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앞세운 것은 경제·군사적 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해협 불안이 길어질수록 국제사회는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란 입장에서는 해협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제재 완화나 군사적 긴장 완화를 끌어내려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해협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핵 프로그램 통제 없이 부분 합의만 이뤄지는 상황은 피하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해협 재개방은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지만, 핵 협상에서 물러서는 모습은 국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지지해 온 공화당 내 인사들은 핵 문제를 뒤로 미루는 합의에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별도 회의를 연 것도 군사적 압박, 외교적 타협, 국내 정치적 메시지를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번 협상 국면은 미국과 이란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란은 전쟁과 제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협상 신호를 내고 있지만, 핵 능력의 상징적 자산을 완전히 포기하는 데는 강한 내부 반발을 마주할 수 있다. 미국도 중동전쟁 확산을 막고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지만, 이란 핵 문제에서 느슨한 합의를 했다는 비판은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협상은 재개되더라도 초기부터 큰 간극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중동전쟁 이후 유가·안보 불안이 만든 협상 압박
이번 논의는 중동전쟁 이후 이어진 안보 불안과도 연결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송의 병목 지점인 만큼, 이곳의 긴장은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이란 제안을 즉각 거부하지 않고 검토에 들어간 것은 군사적 긴장을 계속 끌고 가는 데 따른 경제적 비용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쟁 피로감과 물가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적 출구를 찾으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다만 백악관이 레드라인을 반복해 강조한 것은 협상이 곧 양보를 뜻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이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발언 수위에 따라 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이란을 향한 압박이 다시 높아질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싼 부분 합의 가능성과 핵 문제를 둘러싼 정면충돌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