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우리 선박이 우회 항로인 홍해를 거쳐 원유를 국내로 실어 나르는 첫 사례가 나왔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논의해 온 우회 수송 방안이 실제 운항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적재한 우리 선박이 홍해를 안전하게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홍해를 이용해 국내로 원유를 수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해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활동 거점으로 꼽히는 해역이다. 이 때문에 선박 피격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우리 정부도 그동안 홍해 운항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실제로 2023년 10월 이후 이 일대에서는 다수의 상선 피격 사례가 이어지며 해상 물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번 항해는 단순한 우회 운항을 넘어, 중동 리스크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우리 원유 수송 체계가 어느 정도 대응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 무대로도 읽힌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워질 경우 홍해를 대체 항로로 활용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해 왔다.
해수부는 선박이 홍해를 지나는 동안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항해 안전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선박과 선사 측과의 실시간 소통 채널도 운영하며 선원과 선박 안전 지원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위험 해역 통과 자체보다도, 이를 뒷받침할 감시와 대응 체계를 실제로 작동시켰다는 점이 이번 사례의 또 다른 포인트다.
정부는 앞서 6일 열린 제14차 국무회의 겸 제4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도 호르무즈 우회 항로 활용과 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해수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 업계와 협력해 홍해를 활용한 원유 수송 방안을 구체화해 왔다.
이번 홍해 통과는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실제 운항 성과로 이어진 첫 장면으로 평가된다. 다만 홍해 자체가 여전히 군사적 긴장과 공격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만큼, 일회성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후속 항차의 안전성과 운송 지속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우선에 두고 관계기관, 업계와 협력해 중동 지역 원유의 국내 수송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항로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와 업계의 공동 대응은 이제 비상 조치가 아니라 상시 관리 체계로 이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