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으로 금지한 것만 아니면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대한민국이 통상국가의 거대한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취지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의 규제개혁 방향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규제가 현장의 필요보다 규제 당국의 필요에 의해 유지되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산업 기술 발달 속도를 민간이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위험을 사전에 통제하려는 방식으로는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에서 금지한 것 외에는 일단 허용하는 방식으로, 신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자주 거론돼온 개념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첨단산업뿐 아니라 통상국가의 전반적 흐름과 연결해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은 규제 완화가 무조건적 철폐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말해놓고도 불안하지만 믿어야 한다며, 과감하지만 신중하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규제 완화가 곧 안전 경시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점도 짚었다. 결국 규제 철폐가 아니라 합리화, 즉 성장과 안전 사이 균형을 다시 잡겠다는 취지에 가깝다.
이날 회의는 이름부터 달라졌다. 1998년 출범한 규제개혁위원회는 28년 만에 규제합리화위원회로 명칭을 바꿨고, 박용진 교수와 이병태 교수 등 민간위원 부위원장 위촉도 함께 이뤄졌다. 단순한 위원회 명칭 변경이 아니라, 규제를 줄이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조치로 볼 수 있다. 지역별 대규모 규제특구 제안까지 나온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는 산업·지역 정책과 규제 체계를 함께 손보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번 발언은 성장 둔화와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 정부가 규제를 보는 관점을 바꾸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 환경, 노동, 소비자 보호와 충돌하는 지점도 적지 않을 수 있다. 네거티브 규제를 어느 산업에, 어떤 속도로 적용할지에 따라 실질적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대통령이 규제 문제를 단순 행정 이슈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회복의 핵심 과제로 직접 끌어올린 장면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