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상조업계 중견업체 더피플라이프를 둘러싼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매각설은 갑작스럽게 불거진 이야기가 아니다. 2~3년 전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나돌았고, 실제로 원매자 측과 오너 간 접촉과 협상도 있었지만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거래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기업가치를 2천억원 안팎으로 거론하지만, 이를 곧바로 실제 매각가격처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숫자가 회사나 오너 측 기대가 반영된 수준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실제 거래가격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다시 정해질 수밖에 없어, 지금 거론되는 숫자를 확정된 가격처럼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공개된 업계 현황에 따르면 더피플라이프는 총 선수금 3322억원으로 정상영업 상조회사 가운데 9위권에 올라 있다. 10위권 안에 드는 회사라는 점에서 매물로서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외형만으로 높은 가격이 곧바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상조회사는 선수금 규모와 회원 수만으로 단순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불식할부거래업의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이 업종의 선수금은 회사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일반 현금이 아니다. 소비자가 미래 장례서비스나 전환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리 납입한 돈으로, 그 자체에 서비스 이행 책임과 소비자 보호 의무가 붙어 있다. 그런데도 일부 시각에서는 이 자금이 사실상 회사가 쌓아 올린 자산처럼 인식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상조회사는 일반 제조업이나 유통업과 구조가 다르다. 회원이 먼저 돈을 내고 회사는 나중에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재무제표상 선수금이 크게 잡힌다고 해도 이를 곧바로 회사의 자유로운 자산처럼 보거나 기업가치의 핵심 근거로 단순 환산하는 것은 위험하다. 선수금의 50%는 법에 따라 보전해야 하고, 나머지 역시 장차 회원에게 약속한 서비스를 이행하기 위한 기반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매각 추진 상조회사 오너들이 이 선수금을 마치 자기 주머니 돈처럼 인식하는 듯한 태도다. 회원이 맡긴 돈은 오너 개인이 성과로 쌓아 올린 사적 자산이 아니라, 향후 반드시 서비스로 돌려줘야 할 책임 자금이다. 그런데도 매각 국면만 되면 선수금 규모를 앞세워 몸값을 높이고, 그 돈을 사실상 오너 개인의 회수 가치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드러난다면 이는 상조산업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차용섭 회장은 더피플라이프 오너로,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상조산업협회장을 맡았다. 또 차 회장의 아들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때 업계 안팎에서는 2세 경영 체제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흐름까지 감안하면 이번 매각설은 단순한 지분 거래 가능성만이 아니라 경영 승계와 매각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는 사안으로도 읽힌다.
최근 업계에서는 더피플라이프 외에도 선수금 기준 10위권 초반부터 20위권 안팎의 일부 중견 상조회사들이 매물로 거론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 안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시장 소문이 과장돼 퍼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 매각 절차에 들어간 사례와 단순한 풍문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상조회사의 가치는 선수금 총액보다 회원과의 약속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느냐에서 판단돼야 한다. 해약률과 유지율, 민원 수준, 장례 이행 능력, 선수금 보전 구조, 자산운용의 안전성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회원 수와 선수금 규모가 적지 않더라도 서비스 책임 이행이 부실하면 높은 평가를 받을 이유는 약하다. 외형 성장이나 희망가만 앞세운 매각 논리보다 회원 돈의 성격과 소비자 보호 책임을 중심에 두는 평가가 먼저라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