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이 1일 새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에 4선 박덕흠 의원을 내정했다. 전날 이정현 전 공관위원장이 사실상 공천 작업을 끝냈다며 물러난 직후 나온 후속 인선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를 수습이라기보다 뒤늦은 봉합 시도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진 의원으로서 당내에서 신망이 높으신 박덕흠 의원을 새 공관위원장으로 모시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만으로 이미 드러난 공천 혼선과 지도부 책임론까지 덮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현 전 위원장은 불과 하루 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마무리됐다”며 공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법적 분쟁이 불거진 지역과 후보 선정이 끝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공관위원장이 먼저 자리를 털고 나간 모습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현재 대구시장, 충북지사, 포항시장 등 핵심 지역 공천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 배제와 추가 공모, 경선 절차를 둘러싼 다툼이 법원 판단으로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당 공천관리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충북지사 공천 파동이다. 법원은 전날 김영환 현 지사에 대한 컷오프 효력을 정지하며, 국민의힘 공관위가 김 지사를 배제한 뒤 공천 신청자를 추가 모집한 과정에 당규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의 공천 결정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결정으로 김 지사는 다시 경선에 참여할 길을 열었고, 충북지사 공천 구도는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이 공천 과정에서 스스로 만든 혼선을 법원의 문제로 돌리기 전에,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장 대표는 반성과 수습보다 법원을 향한 날 선 비난에 더 힘을 쏟았다. 그는 김 지사 가처분 신청 인용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원이 정치에 개입해도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주장했다. 당의 절차적 하자 가능성이 지적된 상황에서 이런 반응은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장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재판장은 이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실 것 같다”며 “재판장이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 판단을 존중하기는커녕 정치적 불만을 노골적으로 쏟아낸 셈인데, 공당 대표의 발언치고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가볍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더구나 장 대표는 “우리 당의 주요 사건이 왜 이 재판부에만 배당되는지도 모르겠고, 늘 결정이 예측 가능해서 좋은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사법부 판단의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듯한 이런 발언은 공천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정치적 방어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애초에 문제의 출발점은 법원이 아니라 국민의힘 공관위 운영 방식에 있었다. 공천 배제와 추가 공모, 일부 지역 후보 조정 과정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곳곳에서 가처분 신청이 이어졌다. 이는 이정현 체제 공관위가 공천의 예측 가능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이정현 전 위원장의 퇴장은 아름다운 용퇴라기보다 논란이 커진 시점에 책임을 내려놓고 빠져나간 것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공천 작업이 거의 끝났다는 말과 달리 남은 현안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위원장이 먼저 사퇴한 것은 당의 혼란만 더 키웠다.
장 대표는 새 공관위가 남은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미 당의 공천 신뢰도는 상당 부분 훼손된 뒤다. 뒤늦게 박덕흠 의원을 전면에 세운다고 해서 그간의 공천 파행과 지도부의 우왕좌왕이 저절로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새 공관위와 별도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또 다른 공관위를 꾸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공천 조직을 이리저리 재편하는 방식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왜 공천이 이 지경까지 흔들렸는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결국 이번 인선은 박덕흠 의원의 개인 역량보다도 이정현 전 위원장의 무책임한 퇴장과 장동혁 대표의 안이한 상황 인식이 얼마나 큰 후폭풍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공천을 망쳐놓고 법원 탓과 남 탓으로 일관하는 태도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최소한의 신뢰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