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이영돈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당내 비상 경제 대응 체제를 한층 끌어올렸다. 원내 비상 경제 대응 상황실을 설치하고 기존 중동사태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를 특별위원회로 격상하면서, 물가와 에너지, 금융시장 전반을 실시간 점검하는 비상 체제로 전환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중동 상황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민생과 기업에 미치는 충격도 커지고 있다며 당정청이 혼연일체로 상황 돌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상황실장을 맡아 물가와 에너지, 금융시장 대책을 선제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대응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과의 접촉면도 넓히고 있다. 27일에는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납품 부담, 수급 불안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중동발 원자재 충격이 중소 제조업으로 전이되는 흐름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석유화학 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와 주유소·정유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도 각각 출범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중소기업중앙회,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민간 고통을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나눠 짊어지는 협의 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석유화학 업계 대화 기구 출범식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짐을 나눠서 지는 고통 분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프타 수급 안정화와 원료 수급 차질에 따른 책임 분담 문제를 놓고 현실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공급망 불안이 중소업체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유소·정유업계 대화 기구에서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불균형 구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 위원장은 주유소가 위로는 공급가 압박을 받고 아래로는 소비자 눈치를 보는 이중 부담 구조에 놓여 있다며, 정유사와 주유소가 함께 살고 국민 부담도 덜 수 있는 상생 틀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중동발 충격을 계기로 국내 유가 결정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유가 원가 산정 구조를 개선하고 사후 정산 구조를 사전 고지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의장은 한국 정유사는 실제로 원유를 사서 정제해 판매하는데 가격은 마치 싱가포르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오는 것처럼 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정제 마진이 소비자와 주유소에 불투명하게 전가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특히 주유소가 유류 가격이 얼마로 정산될지도 모른 채 임시가를 기준으로 먼저 현금을 입금해야 하는 구조는 단순한 사후 정산이 아니라 종속 구조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런 공급 구조가 유지되면 시장 왜곡과 가격 불신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가격 결정의 투명성과 사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응은 정부와 청와대의 비상경제 대응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고, 중동 상황이 국내 물가와 에너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계 부처와 함께 점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추며 당·정·청 일체 대응 구도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조치는 중동 전쟁이 단순한 외교·안보 현안이 아니라 국내 물가와 제조업 원가, 주유소 유통 구조, 중소기업 경영까지 흔드는 복합 경제 위기라는 인식 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은 중동발 위기가 길어질수록 고유가와 원자재 불안, 소비 위축이 동시에 겹칠 수 있다고 보고, 에너지와 유통 구조 문제까지 포함한 전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결국 민주당의 목표는 단기적 유가 대응을 넘어 시장 구조 전반을 손보는 데까지 맞춰져 있다. 비상 상황실과 특위, 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를 동시에 가동한 것도 단기 가격 안정과 중장기 제도 개선을 함께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실제로 정유 가격 산정 구조와 주유소 정산 체계까지 손댈 수 있을지는 정부와 업계, 국회 논의를 거치며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