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이영돈 기자】중동 사태로 인한 경제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는 31일 국회에 제출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공급망 안정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경안 협의를 열고 이 같은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추경안이 제출되는 즉시 심사에 착수해 다음 달 9일 본회의 처리까지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홍근 장관은 이날 당정 협의에서 “이번 추경안의 구체적 내용은 국무회의 직후인 31일 국회에 제출해 자세히 설명하고, 조속한 통과를 위해 향후 국회 심의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사실상 중동 전쟁 대응용 비상 예산으로 규정하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추경의 가장 앞선 목표는 고유가 부담 완화다. 당정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사업을 추경안에 반영하고, 석유 비축 확대와 나프타 안정 수급, 핵심 전략 품목 공급망 보강에도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고유가 부담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며 “유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석유최고가격제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은 국내 기름값 안정을 통해 서민과 자영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낮추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민생 안정 대책도 이번 추경의 한 축이다.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청년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해 중동 전쟁발 고유가·고물가 충격이 일상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박 장관은 “저소득층·소상공인·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민생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며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물가로 저소득층·소상공인·취약 근로자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게 복지와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 상황 악화로 큰 영향을 받는 청년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쉬었음 청년’을 직업 현장으로 이끌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 확대와 농축수산물 할인, 무기질 비료 가격 인상분 지원 확대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최소 보증금 예산과 홈플러스 사태 등과 관련한 체불 임금 청산 지원 예산도 추경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당정은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지원금 문제도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소득 하위 50퍼센트에 1인당 15만 원씩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민주당은 선별 기준과 지급 규모는 아직 정부 최종안과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피해가 많은 서민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수도권에서 멀수록 지방을 우대하고 또 어려운 계층에 조금 더 지원하는 기준에 따라 지원 예산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의 기본 원칙을 지방 우대와 취약계층 우선 지원으로 명확히 한 셈이다.
산업 지원 분야에서는 기업의 물류와 유동성 애로 해소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중동발 충격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산업 위기 지역과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희토류와 요소 등 전략 품목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데도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기업의 물류·유동성 애로를 해소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한편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첨단산업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에너지 전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교부세·지방교부금 등 지방의 투자 재원을 확충해 지역 경기 활성화해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구조 전환 관련 예산도 포함된다. 당정은 석유 비축 확대와 함께 재생에너지 활용 활성화, 가정용 태양광 보급 사업 재추진, 대중교통 이용 촉진 사업 등을 추경안에 담겠다는 구상이다.
한정애 의장은 추경 재원이 석유 비축 확대와 재생에너지 활용 활성화,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 사업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패스 환급률을 높여 버스와 지하철 이용을 장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을 속도전으로 몰아붙이겠다는 태세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위기에 적기 대응하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절대 실기해선 안 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추경안 심사를 다음 달 중순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한다”며 “국회가 한가하게 심사를 늦출 이유가 하등 없다. 당정 협의를 시장으로 추경안 심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원내대표는 “‘전쟁 추경’의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속도”라며 “주말을 반납하더라도 밤을 새워서라도 추경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추경안 제출과 함께 환율안정 3법 등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공방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추경 처리와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재정 투입 방식과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장이 줄줄이 가동을 멈추고 물가가 폭등해도 속수무책이더니 이제야 청와대에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했다. 추경만 하면 위기가 다 해소될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는 돈을 풀어서 해결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 에너지 수급과 물가 안정에 정부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공백 문제와 별개로 31일 본회의 개최도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추경안 제출과 동시에 환율안정법, 민생 법안 처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정은 이번 추경을 통해 중동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위기 대응을 넘어 에너지 전환과 산업 기반 강화까지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