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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 news

동남아 엔딩산업 확산, 한국 상조업계엔 익숙한 미래

한국보다 늦었지만 태국서도 사전 장례준비 수요 부상



【STV 박상용 기자】동남아시아에서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엔딩산업이 확산하고 있지만, 상조와 장례문화의 제도화 수준과 시장 성숙도, 서비스 운영 체계에서는 한국이 이미 태국 등 동남아 국가보다 앞서 있다. 최근 태국 장례문화 박람회 데스 페스트가 주목받고 있지만, 한국 상조·장례업계 입장에서는 낯선 미래라기보다 이미 먼저 경험하고 축적해 온 흐름에 가깝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논타부리 행사장에서는 방문객들이 관에 직접 누워보거나 장례 절차와 비용, 생애 말기 준비를 상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현지 장례업계에서는 죽음을 단순한 애도의 대상이 아니라 생전에 준비하고 설계하는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수요가 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완화되면서 장례산업이 사후 처리 중심에서 생전 준비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한국 상조시장에서는 이미 익숙한 장면이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상조 가입을 통해 장례 발생 이전에 비용과 절차를 미리 준비하는 구조가 정착돼 왔다. 장례 발생 시 의전 서비스는 물론 용품 제공, 장례식장 연계, 화장과 봉안, 행정 지원까지 연결하는 운영 방식도 이미 업계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

장례문화의 제도화 수준에서도 한국은 앞서 있다. 화장 중심 장사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았고, 봉안과 자연장 등 다양한 장사 방식도 제도적으로 정비돼 왔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사전 장례준비와 웰다잉, 유가족 지원 등 생애말기 서비스 전반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확대돼 왔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 이제 막 엔딩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부상하는 흐름이 한국에서는 이미 제도와 시장 안으로 상당 부분 편입돼 있는 셈이다.

상조시장 규모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한국은 다년간 선수금 기반 상조시장이 성장하면서 대규모 가입자 기반과 서비스 운영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는 단순히 회사 수나 회원 수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계약 관리와 소비자 보호, 장례 현장 대응, 전국 단위 네트워크 운영 경험이 함께 쌓여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남아의 엔딩산업이 아직 문화 확산과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 가깝다면 한국은 이미 성숙 시장의 경쟁 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한국이 앞서 있다고 해서 시장 변화가 멈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태국 사례에서 확인되듯 앞으로 장례서비스는 단순 의전 제공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생전 상담과 장례 의향 기록, 가족 소통 지원, 추모 방식 선택, 디지털 유산 정리, 돌봄 연계 같은 서비스가 결합된 종합형 모델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족 구조 변화와 돌봄 기능 약화는 한국에서도 이미 진행 중이다. 1인 가구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 임종과 장례를 가족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은 상조업계가 사후 서비스뿐 아니라 사전설계와 돌봄 연계 역량까지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장례를 치르는 기능에서 나아가 삶의 마지막 구간을 함께 준비하는 서비스로 이동해야 한다는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장례 인프라와 지역 편차 문제도 업계가 더 세밀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다.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늘어날수록 화장 예약과 장사시설 이용, 이송 동선 관리, 지역별 정보 제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가 실제 장례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을 얼마나 줄이고, 불안한 상황에서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서비스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맞춤형 장례와 추모의 다양화도 외면하기 어렵다. 동남아에서 창의적 마무리와 맞춤형 장례 수요가 부각되는 것은 장례가 더 이상 획일적 절차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화장 중심 구조가 정착한 만큼 장례식장 운영과 의전, 봉안, 자연장, 디지털 추모, 소규모 가족장 등 다양한 선택지를 조합한 맞춤형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남아 엔딩산업의 확산은 한국보다 앞선 모델의 등장이 아니라, 한국이 먼저 경험한 고령화와 가족 변화, 생애말기 준비 수요가 동남아에서도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한국 상조·장례업계로서는 이를 낯선 변화로 보기보다 이미 앞서 구축한 시장 기반 위에서 사전설계와 맞춤형 추모, 돌봄 연계 서비스를 어디까지 고도화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이 앞서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앞선 시장을 앞으로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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