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고령의 아버지가 생전 금고에 소중히 보관해온 아파트는 장남에게 준다는 내용의 자필 포스트잇이 법적 유언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유가족 간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발생하는 상속 분쟁에서 자필 메모의 형식적 요건 미비가 결정적인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준헌 변호사는 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성립하기 위한 필수 요건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민법 제1066조가 규정하는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해야만 유효하다.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법이 유언의 방식을 이토록 엄격하게 규정한 이유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함으로써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혼란과 분쟁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 변호사는 유언이 돌아가신 분의 실제 뜻과 일치하더라도 법이 정한 요건 중 하나라도 누락되면 무효가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인적 사항이나 날짜가 빠진 포스트잇 메모는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언장의 효력이 부정되면 상속 재산은 원칙적으로 민법상 상속분에 따라 배분된다. 하지만 장례를 전후해 고인을 지극정성으로 간병했거나 부양한 상속인은 기여분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이는 고인을 마지막까지 보필한 자녀의 노고를 법적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준을 넘어 특별한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당 기간 고인과 동거하며 간병을 전담했거나, 자신의 직업적 기회를 희생하며 부모를 모신 사실이 병원 기록이나 간병비 결제 내역 등으로 입증될 경우 상속분을 가산받을 수 있다.
형제간의 과거 증여 자산인 특별수익 역시 상속 재산 분할의 핵심 쟁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자녀가 과거 결혼 당시 부친으로부터 지원받은 거액의 전세 자금은 상속인의 선급금 성격인 특별수익에 해당한다. 이는 전체 상속분을 산정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이 변호사는 과거 금융 거래 내역 조회를 통해 해당 지원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수익이 입증되면 해당 상속인의 구체적 상속분 산정 시 그 금액만큼 공제되어, 결과적으로 고인을 모신 다른 상속인의 실질적인 몫이 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머니가 거주 중인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수 지분 확보를 통한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장남과 어머니가 기여분 인정을 통해 합산 과반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소수 지분을 가진 다른 형제가 단독으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관리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만약 다른 형제가 지분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아파트 매각을 요구하더라도 대안은 있다. 장남 측이 동생들의 지분에 해당하는 현금을 정산해 주는 가액 배상 방식을 택하면, 아파트 소유권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주거권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상조와 장례 등 생애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에게 명확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공정증서 유언 등 법적 안정성이 높은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요건을 갖춘 준비만이 사후의 가족 간 분쟁을 방지하고 고인의 마지막 품격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