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전북 전주시 자임 추모공원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번 사태가 민간사업자 간 갈등을 넘어 행정 판단 실패가 누적된 결과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시설 설치·허가 단계에서 이미 소유권 변동 가능성과 이용자 피해 위험이 포착됐음에도, 관계기관이 책임 있는 판단과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신고 수리를 진행했다는 지적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주시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건복지부와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의 미온적 대응이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전주시가 시설 신고 과정에서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상급기관 역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판단을 떠넘겼다고 강조했다.
사태는 2024년 6월 봉안당 건물 소유권이 경매를 통해 유한회사 영취산으로 넘어가면서 본격화됐다. 건물 소유권은 영취산이 갖게 됐지만, 유골함 관리 권한과 운영 주체를 둘러싼 권한은 재단법인 자임 측에 남아 소유와 관리가 분리된 구조가 형성됐다. 이후 양측의 법적 분쟁이 이어지며 시설 폐쇄 또는 운영 시간 단축이 반복됐고, 약 1800기의 유골을 안치한 유가족들은 조문과 추모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
김 의원실이 확인했다고 밝힌 2017년 11월 전주시 현지 확인 및 검토 결과 보고서에는 봉안당 설치 신고 당시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에 가압류가 설정된 사실을 전주시가 파악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압류는 소유권이 즉시 바뀌는 조치가 아니더라도, 강제집행과 경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로 평가된다. 장사시설은 이용 기간이 장기화되는 특성이 있어, 초기 단계에서 권리관계 불안이 방치되면 이용자 피해가 구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시는 당시 가압류 상태에서 신고 수리가 가능한지 상급기관에 질의했지만, 복지부와 전북도의 회신은 결정을 뒷받침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자체 판단에 맡기는 취지였다고 김 의원 측은 설명했다. 전주시는 이후 복수의 변호사 자문을 받았으나 의견이 엇갈렸고, 최종적으로 신고 수리를 택해 사업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소유권 변동 가능성과 이용자 피해 우려가 제기된 상태에서, 위험을 흡수할 별도 안전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채 시설이 운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태가 표면화한 이후에도 관리 공백이 반복되면서 유족 불안이 확대됐다. 영취산 측이 장사 관련 법령상 일정 규모 이상의 유골을 관리하기 위한 법인 요건을 갖추기 위해 재단법인 설립을 신청했으나, 전북도가 안정성 미비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운영 주체가 확정되지 않거나 갈등이 지속되며 시설 운영이 불안정해졌고, 유족들은 고인의 유골이 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시설 운영 정상화와 권리 보호를 요구하며 집회와 항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유족은 삭발과 상여 시위 등 강경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며 전북도와 전주시가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한다. 장사시설은 국민의 마지막 예우와 직결되는 공공성이 큰 영역인 만큼,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 관리와 추모권 보장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민간 장사시설 제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유권이 변경되거나 운영 주체가 분쟁에 휘말릴 경우, 유족에게 사전 고지와 선택권이 어떻게 보장되는지, 관리 중단 시 누가 임시관리 책임을 지는지, 시설 유지비와 안전관리의 책임은 어떻게 분담되는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촘촘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냉난방과 전기 등 기본 설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 유골 훼손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불안이 급격히 증폭될 수 있다.
김선민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간 장사시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용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주시가 위험을 인지하고도 신고 수리를 결정한 과정, 상급기관의 책임 회피성 대응, 사태 이후 운영 공백이 장기화된 경위에 대한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된다.
전주 자임 추모공원 사태는 장사시설이 단순한 시설 운영을 넘어 유족의 추모권과 직결되는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다.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결국 유족에게 집중되는 만큼, 행정 당국이 최소한의 안전관리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