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광주 광산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장기 기증자와 그 유가족을 위한 종합적인 예우 및 지원 사업을 본격화한다. 광산구는 장기 기증이라는 고귀한 선택에 합당한 예우를 다하고, 장례 절차부터 일상 회복까지 돕는 실질적인 원스톱 지원 체계를 3월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장기 기증은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공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기증자와 유가족이 그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등이 장제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나, 지자체 차원에서 장례 전반과 유가족의 사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체계를 마련한 것은 광산구가 처음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뇌사 기증자와 그 유가족을 위한 장례 예우의 획기적 강화다. 구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과 24시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증자가 장례식장으로 이송되는 순간부터 밀착 지원을 시작한다. 구와 사전에 계약한 상조회를 통해 장례지도사와 도우미, 차량, 각종 장례용품 등을 지원하여 유가족이 경황없는 중에도 예우를 갖춰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다.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영구히 기리기 위한 세심한 예우 절차도 마련됐다. 유가족이 원할 경우 장례식장이나 봉안당에 장기 기증자임을 알 수 있는 기념패와 봉안당 마크를 제공하며, 구청장 명의의 감사패도 전달한다. 또한 유가족이 직접 신청해야 했던 영락공원 비용 감면 절차를 구청이 직접 개입해 대폭 간소화함으로써 행정적 편의를 극대화했다.
장례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선다. 기증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속, 재산 분쟁, 보험금 처리 등 복잡한 법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변호사 및 법무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사별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 상담 기관과 연계하여 1인당 50만 원 한도 내에서 심리 검사비와 치료비를 지원한다.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장기를 기증한 생존 기증자에게는 수술 후 최대 3개월간의 일상 회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체 회복기 동안 취사, 청소, 세탁 등 가사 활동을 돕는 도우미를 하루 2시간 범위에서 주 5일간 파견하며, 산책이나 진료 등 근거리 외출 동행도 지원한다. 맞춤형 영양 설계가 반영된 하루 두 끼 식사 지원 서비스도 포함됐다.
광산구는 장기 기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보건소 중심의 기증 희망 신청 접수처를 관내 21개 동 행정복지센터로 전면 확대한다. 이는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보다 쉽게 생명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생명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고 기증자들을 예우하는 작은 음악회 등 문화 행사도 주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숭고한 결정을 한 기증자와 가족분들에게 남는 것이 외로움이나 어려움이 아닌 자부심이 되도록 광산구가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은 3월부터 즉시 시행 가능한 사업부터 착수하며, 추가 예산이 필요한 일부 항목은 추경 확보 이후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책 발표 현장에서는 기증자들의 환영 인사가 이어졌다. 뇌사 상태에 빠진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정헌인 씨는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또한 기증을 결심했다"며 "이런 정책은 유가족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장을 기증한 구홍덕 씨 역시 "좋은 일을 하고도 회복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 정책이 마중물이 되어 기증자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장기이식 대기자는 급증하는 반면 기증자는 정체되어 대기 중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광산구는 이번 종합 지원 사업이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가 장례와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이번 모델은 향후 전국적인 확산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