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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윤석열·윤어게인과 절연만이 보수의 마지막 출구


【STV 박상용 기자】사법부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헌정 질서를 뒤흔든 행위에 대해 법이 내린 결론이다. 이제 정치권의 몫은 더 분명해졌다. 이 판결을 ‘정치적 소음’으로 흘려보낼 것인지, 민주주의의 최소선을 다시 세울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제1야당 국민의힘 지도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24명이 공개 기자회견까지 열어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는 세력과 즉각 선을 그으라고 요구한 것은, 지도부가 결단을 회피하고 있다는 당 내부의 진단이기 때문이다. 이 요구는 ‘당내 갈등’이 아니라 ‘정당이 공당으로 남을 수 있느냐’는 최소한의 질문이다.

장동혁 지도부의 답은 모호함이었다. 장 대표는 인터뷰에서 절연보다 중요한 것은 전환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단절 요구를 우회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전환이 아니라 단절이다.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 못하고, 내란을 옹호하는 흐름과 결별하지 못하는 정당이 무슨 아젠다를 들고 민생을 말하겠나. 원칙을 정리하지 못한 채 꺼내는 전환은, 국민에게 ‘시간 벌기’로만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직의 신호다. 지도부가 극단적 주장과 결합한 세력에 대해 분명한 조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침묵과 표현 관리에 머무는 순간, 당은 사실상 그들과 한배를 탄다.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는 지지율이 아니라 정체성 붕괴다. 보수정당이라면 법치와 헌정 질서를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판결 당일에도 뚜렷한 메시지를 내지 못한다면, 그 침묵은 해명 이전에 ‘동조의 공간’을 넓히는 행위가 된다.

지도부의 이중 기준 논란도 스스로 불을 키운다. 배현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가 내려진 직후, 당 안팎에서는 징계의 형평성과 정치적 의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내란을 두둔하고 음모론을 유포하는 흐름과는 결별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보기엔 간단하다. 칼날은 내부 비판자에게만 빠르고, 정작 당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세력 앞에서는 무뎌진다. 이런 정당이 혁신을 말하면 그 자체가 조롱이 된다.

보수 재건은 구호로 되는 일이 아니다. 지도부가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내란을 내란으로 인정하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둘째,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말고, 당직·핵심 직책에서 관련 인사들을 정리하는 실행을 보여야 한다. 셋째, 징계가 공정한 기준 위에 서 있음을 증명하려면, 내부 권력투쟁으로 읽힐 소지가 있는 조치들은 재검토해야 한다.

정치는 결국 책임의 언어다. 장동혁 지도부가 절연을 미루는 시간만큼,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의 자격을 잃는다. 보수의 미래를 말하고 싶다면, 과거와 결탁한 비정상을 끊어내는 고통부터 감당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환’이 아니라 ‘단절’이고, ‘고심’이 아니라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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