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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윤리의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할 때, 정당은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배현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을 의결했다. 사유로는 일반인의 미성년 자녀 사진을 SNS에 게시한 행위 등을 들었다. 아동의 초상권과 2차 피해 가능성은 결코 가볍지 않고, 공인이라면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 사안을 다루는 윤리위가 정당 내부에서 신뢰받을 만한 절차와 일관성을 보여줬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은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처지로 들어갔다.

윤리기구가 권위를 갖는 길은 간단하다. 같은 기준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하고, 결정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며, 정치적 해석의 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징계의 무게’보다 ‘징계의 방향’이 먼저 읽히는 구조다. 당원권 정지 1년은 의원직을 박탈하진 않더라도 당내 권한과 활동을 크게 제약한다. 특히 서울시당위원장이라는 직책과 맞물리면 지방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실효가 커진다. 그 순간 윤리위의 판단은 윤리의 문장보다 권력의 문장으로 소비된다.

절차에 대한 의구심도 남는다. 배 의원은 윤리위 출석 과정에서 ‘민심을 징계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발했고, 당은 속전속결로 결론을 냈다는 비판을 마주했다. 징계를 신속히 하는 게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할수록 숙의와 설명이 더 필요하다. 빠른 결론이 곧 공정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사자와 지지층, 그리고 당원들이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순간, 윤리위는 징계 대상이 아니라 윤리위 자신이 심판대에 오른다.

여기에 장동혁 지도부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장 대표는 윤리위가 절차대로 판단하는 기구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정치 현실에서 ‘독립기구’라는 말은 결과를 정당화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윤리위가 정치적 도구로 비치지 않도록 인선과 운영, 공개 가능한 범위의 기준 정립을 책임지는 쪽은 결국 지도부다. 지도부가 손을 씻는 듯한 태도를 취할수록,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는 독립이고, 결실은 지도부가 거둔다”는 냉소가 커진다.

더구나 국민의힘 윤리위는 출범과 운영 과정에서 이미 신뢰 자산을 충분히 쌓지 못했다. 명단 유출 논란과 사의 표명 등으로 ‘반쪽 출범’ 지적을 받았고, 위원 구성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내려진 중징계는 그 자체로 더 높은 수준의 설득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이 내놓은 것은 설득이라기보다 ‘결정 통보’에 가깝다. 정치가 윤리를 빌려 상대를 제압하는 순간, 윤리는 도구가 되고 정당은 취약해진다.

장동혁 지도부와 윤리위가 정말로 당을 살리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건 ‘더 강한 징계’가 아니다. 첫째, 징계 기준을 유형화하고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근거를 체계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둘째, 유사 사안에 대한 처분의 균형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셋째, 윤리위 구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다음 징계는 더 큰 내홍을 부를 뿐이다.

정당이 윤리를 잃는 순간, 남는 건 힘뿐이다. 그러나 힘은 오래가지 않는다. 윤리의 이름으로 ‘정치적 효과’만 챙기려는 유혹을 끊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공정과 상식을 말할 자격부터 먼저 흔들리게 된다. 지금 이 사안에서 당이 회복해야 할 것은 배현진 한 사람의 거취가 아니라, 윤리위가 윤리위로 기능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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